“10일 굶었소” 편의점 강도에 수액 놔준 경찰 [아살세]

입력 2025-10-28 00:01

배고픔에 시달리던 50대가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허기를 달래고 제도권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50대 A씨는 지난 22일 오전 2시30분쯤 청주시 오창읍의 한 편의점에서 5만원 상당의 식료품 등을 훔쳐 달아났다.

그는 당초 계산대에서 직원에게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입고 있던 재킷을 열어 품에 있던 과도를 보여준 뒤 봉투에 담긴 식료품 등을 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5일 오전 9시35분 인근 원룸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그는 심하게 야윈 채 침대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들이 체포하기 위해 부축하자 그대로 주저앉을 만큼 기력이 없었다고 한다.

형사들은 A씨에게 죽을 사 먹인 뒤 병원으로 옮겨 사비를 털어 영양 수액을 맞게 했다. A씨 가족이 인계를 거부하자 마트에서 달걀과 햇반, 라면 등 식자재를 사주고 귀가 조처했다. A씨는 검거 당시 형사들에게 “열흘 가까이 굶어 너무 배가 고팠다. 사람을 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지난 7월 이후 일거리가 끊기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처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나 연체로 통장마저 압류된 상태였다. 기초생활수급이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자체도 몰랐다고 한다.

경찰은 당초 A씨가 흉기를 동원해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으나 그에게 전과가 없고 생계형 범죄라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경찰은 오창읍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A씨가 기초생활 수급 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자리 알선 등 생계 대책 마련을 협의할 방침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