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디지털 전환’을 축으로 한 도시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부산시는 27일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제기구 글로벌도시관광진흥기구(TPO),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제1회 글로벌도시관광서밋(The Global City Tourism Summit·GCTS)’을 열었다. 14개국 22개 도시 관계자와 국제기구, 관광·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서밋은 도시의 미래 관광 전략을 디지털·데이터·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개막 프로그램인 특별대담 ‘디지털 대전환이 여는 도시의 미래’에서는 각국 도시 대표와 전문가들이 자국의 혁신 정책과 관광 비전을 공유했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부산의 디지털 도시 전환 방향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도시 인프라 전반에 적용해 시민이 체감하는 스마트 행정을 구현하고, 관광산업에도 연결해 체류형 소비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성 부시장은 상수도 대형관 누수 조기 탐지, 드론 기반 해양 감시·안전시스템, AI를 활용한 재난 대응 체계 등을 예로 들며 “기술은 도시 운용의 효율을 넘어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의 관광플랫폼 ‘비짓부산’에도 AI 기반 맞춤형 안내와 언어 자동 변환 기능을 확대해 외래객이 스스로 여행 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AI 리터러시(활용 역량)를 시민이 함께 익히는 도시가 돼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이 소수의 전문가 영역에 머물지 않도록 교육과 실습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연단에 오른 각국 인사들은 도시별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서로 다른 접근법 속에서도 ‘지속가능성’과 ‘연결’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제시했다.
르완다 키갈리의 사무엘 두셍기윰바 시장은 대량 학살의 폐허를 딛고 도시를 재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은 첨단 기술보다 공동체의 참여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과 드론으로 도시 개발 현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이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거리 청소에 참여하는 ‘우무간다(Umuganda)’ 제도를 소개했다. 이어 “약 20억 달러 규모의 ‘키갈리 이노베이션 시티(KIC)’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연구 기관, 테크기업(기술 중심 기)이 함께하는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다”며 “KIC는 향후 10년간 3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아 뉘에고르드 문화·여가 시장은 디지털 기술을 시민 정책에 직접 결합한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시민이 소음, 교통, 환경 등 불편 사항을 앱으로 신고하면 시가 즉시 조치한다”며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데이터를 통한 시민 참여 확대”라고 설명했다. 또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도시 인프라 전기화, 태양광 패널 보급, 수자원 절약 시스템 등을 구축 중이라며 “청정한 도시가 최고의 관광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아마르투브신 암갈란바야르 부시장은 혹한의 기후 속에서도 추진 중인 도시 전환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울란바토르는 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이 큰 문제지만, 현재 대중교통의 84%가 스마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2040년까지 석탄 난방을 전면 가스로 전환하고, 전기차 충전소와 도시철도를 확충해 환경과 관광이 공존하는 도시로 바꾸겠다”며 “겨울철 관광(윈터 투어리즘)과 초원·사막·산악·호수를 잇는 자연형 관광을 함께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뇌인지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었다. 장 박사는 “AI 시대의 혁신은 결국 사람의 뇌와 아이디어의 연결에서 시작된다”며 “서로 다른 경험과 문화가 만날 때 새로운 창의성이 발현되고, 도시의 혁신도 그 연결을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려면 ‘기술의 속도보다 인간의 적응’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아시아태평양지역국 황해국 국장은 ‘스마트 데스티네이션 프레임워크(Smart Destination Framework)’를 통해 관광산업의 디지털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황 국장은 “관광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기술 접근성이 낮다”며 “UN Tourism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SME(중소관광기업)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시 간 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보와 디지털 격차 해소가 필수”라며 “AI는 관광객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대담의 진행을 맡은 전용우 부산글로벌도시재단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무대가 돼야 한다”며 “기술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굿 투어리즘(Good Tourism)’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이끈다”고 정리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번 서밋을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닌 ‘정책+비즈니스+교육’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시장회담 공동 선언문을 통해 지속가능 관광의 도시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30개 관광기업과 7개 벤처 투자사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밋업·로드쇼·양자 면담 등을 통해 실질적 교류를 확대한다. 또 서밋을 매년 정례화하고, 부산글로벌도시위크와 글로벌 미식포럼 등과 연계해 도시 간 상생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형준 시장은 개회사에서 “관광은 도시를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라며 “부산을 세계인이 찾는 지속가능한 관광허브 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