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 연구진 식물 잎 노화 ‘스위치’ 규명

입력 2025-10-27 09:48
디지스트 연구진. 디지스트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은 뉴바이올로지학과 임평옥, 이종찬, 김민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식물 잎이 언제 늙기 시작하는지를 결정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핵에서 만들어진 RNA가 엽록체로 이동해 잎의 노화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식물 잎의 엽록체들은 광합성을 통해 식물 성장의 주된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면 분해돼 스스로 자원이 된다. 분해된 엽록체 자원은 씨앗(종자)으로 이동해 다음 세대를 위한 영양분으로 사용되거나 줄기나 뿌리로 보내져 다음 계절 준비에 이용된다. 이러한 ‘엽록체의 기능 전환’ 과정은 식물의 생존과 번식 전략에 직결되지만 지금까지 그 전환 시점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는 미흡했다.

연구팀은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에서 엽록체 유전자 발현 패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긴 비번역 RNA(단백질을 만들지는 않지만 세포 속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긴 RNA 분자)의 유전 분석을 통해 새로운 조절 인자(CHLORELLA RNA)를 발견했다. 고분해능 질량분석과 단일분자 이미징 기술을 융합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CHLORELLA RNA가 핵에서 전사돼 세포질을 거쳐 엽록체로 이동하고 엽록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전사에 관여하는 RNA 중합효소 복합체(PEP complex)의 단백질들과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엽록체 전사 조절 활성에 영향을 주고 발현 수준에 따라 엽록체 기능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GLK 전사인자(식물 세포 안에서 광합성과 관련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단백질. 잎이 자라는 동안 엽록체의 발달 조절)가 CHLORELLA RNA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장기에는 GLK가 CHLORELLA RNA의 발현을 높여 광합성 기능을 유지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면서 GLK의 활성이 약해져 CHLORELLA RNA가 감소하고 결국 엽록체의 광합성 기능의 소실과 분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임평옥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접근 방법론의 한계로 아직까지 연구가 미흡한 분야인 긴비번역 제어 RNA의 노화분야에서 시공간적 조절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매우 크다”며 “RNA 이동 추적을 보여준 바이오 이미징 기술, RNA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 동정 등 다양한 융합 연구를 통해 얻어진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접근 방법론은 긴비번역 RNA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생명현상 이해의 초석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잎의 발달과 노화를 조절해 작물의 광합성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디지스트 임평옥(공동교신) 교수팀의 강명훈박사, 이주현 박사, 이종찬(공동교신) 교수팀의 김진광 학생이 제 1저자로 참여했고 김민식 교수팀(공동교신), 곽준명 교수팀(공동), 연세대학교 양성욱 교수팀(공동)도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및 기초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연구결과는 식물분야 최고 전문지(Nature Plants)에 게재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