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로잡을 일본 새 총리의 무기? ‘포드 F-150 트럭’

입력 2025-10-27 09:02 수정 2025-10-27 09: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픽업트럭 ‘포드 F-150’이 교감의 열쇠가 될 전망이라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두 번째 국가로 말레이시아에 이어 일본을 방문해 사나에 총리와 28일 정상회담을 한다.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와의 첫 대면에서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도록 돕기 위해 ‘포드 F-150’ 트럭 대량 구매 구상을 제안했다. 미국과 일본은 무역협정을 타결했지만 5500억 달러(약 800조원) 대미 투자 항목을 두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해당 투자가 일본에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첫 대면에서 트럼프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트럼프 취향에 맞는 트럭 수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가 직접 볼 수 있는 장소에 F-150을 전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에 오르며 일본의 포드 트럭 구매 구상에 반색했다.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소식을 전해 듣자 “그녀(사나에 총리)는 좋은 취향을 갖고 있다. 그건 핫한 트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것 같다”며 “위대한 인물이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위대한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차량을 수입하는 반면 일본은 미국 차량을 그만큼 수입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달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를 안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쉐보레가 일본 야쿠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차량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브랜드 차량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언급한 것이다.

AP통신은 “도쿄의 고층 빌딩 거리에서 포드 트럭이 운행되는 모습은 트럼프에게 승리로 여겨질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상징적인 제스처지만 도쿄를 비롯한 일본 도시의 좁은 도로 사정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F-150은 크기와 무게가 상당히 큰 풀사이즈 픽업트럭이어서 도쿄 같은 도시에서는 주차 등에 제약이 많다는 평가가 있다.

일본 정보는 차량 외에도 미국산 대두,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일본은 미·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차량을 일본으로 다시 역수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