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출신 첫 공식 대회 우승의 기록을 쓴 박상현(soma)이 스스로 일군 땀의 결실을 맺었다.
박상현은 26일 서울 송파구 DN 콜로세움에서 열린 ASL 시즌20 결승전에서 프로토스 최강자 장윤철(SnOw)을 세트 스코어 4대 2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대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박상현은 “정말 기쁘다. 실감이 잘 안 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박상현은 과거 ‘스타크래프트1’ 프로 준비를 하다가 국내 대회가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면서 프로게임단 입단의 꿈을 접었다.
“17살 때 프로의 꿈을 포기했는데 이후 취미로 스타를 계속 했어요. ASL을 보면서 ‘내가 저기에서 제일 잘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내 방송을 시작했어요.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 도전을 시작한지 7년 만에 꿈을 이뤘습니다. 꿈을 오래 품고 있었어서 가슴에서는 연료가 다 타버렸고 머리에만 남아 있는 기억입니다. 그래서 더 믿기지 않는 것 같아요.”
박상현은 이날 1~2세트를 내리 따내며 일찍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는 “1세트는 연습 때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기다보니 심적 부담이 없어졌다. 그리고 2세트까지 이긴 뒤 이젠 되겠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박상현은 초반 러시 이후 추가 러시와 확장기지 건설을 적절한 타이밍마다 해내며 상대를 요리했다. “초반 러시를 막혀도 상황이 괜찮을 때가 많다”고 평가한 그는 “초반 러시 가정에서 상대가 자원을 잘 캐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어 히드라리스크를 계속 쓴 이유는 상대가 대처가 잘 안 되는 걸 깨달아서다.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잘 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세트까지 갈 줄 알았다. 7세트 전략을 가장 시간을 들이고 극한빌드를 준비했는데 못 보여드려서 아쉽다. 생각한 것보단 쉽게 이긴 것 같다”면서 안도했다.
자신을 SOOP 방송인으로 이끈 임홍규(홍구)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상현은 “홍구야 이제 내가 너 넘었다”고 웃으며 말한 뒤 “사실 홍구형 때문에 방송 시작하고 지금 자리에 왔다. 평소에 장난 많이 치지만 누구보다도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저그의 잇따른 우승에 대해선 “충분히 다른 종족도 우승할 수 있었던 시즌”이라면서 “가령 제가 준결승에서 김택용 선수에게 마지막 저글링 러시를 했을 때 막혔다면 결승은 프로토스 동족전이 됐다. 정말 한 걸음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ASL 4회 연속에 빛나는 저그 플레이어 김민철의 기록에 도전할 뜻이 있냐는 질의에는 “건방진 생각”이라면서 “쫓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많이 경험하면서 어떤 마인드로 경기에 임해야하는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무 집착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구요. 열심히 연습하되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마인드로 준비했습니다. 4강전에서 김택용 선수랑 할 때도 와이프에게 ‘당연히 질 수도 있다, 지더라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라’고 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대회에 출저하니 잡생각이 안 들고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죠. 전역하고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끝으로 그는 “이기는 것보다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회를 했다”면서 “물론 결승에선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집착을 버리니 운도 따라주더라. 걱정이 있으면 실제 그렇게 된다. 그런 마음을 버리니 더 나아진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