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성 쌍둥이 아빠 이정환(34·우리금융그룹)이 꿈을 이뤘다.
이정환은 26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에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8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정환은 나초 엘비라(스페인), 로리 캔터(잉글랜드·이상 8언더파 276타)의 추격을 3타 차 공동 2위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68만달러(약 9억 7900만원)과 제네시스 GV80, 그리고 내년 DP월드투어 2년 시드권과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 국적 선수가 DP월드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이 대회 안병훈(34·CJ) 이후 1년 만이다. 역대 DP 월드투어 한국 선수 우승은 최경주(56·SK), 양용은(54), 노승열(34), 정연진(38), 안병훈, 이수민(32·우리금융그룹), 왕정훈(30)에 이어 이정환이 8번째다.
공동 12위로 최종 라운드에 임한 이정환은 2번홀(파5)에서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3번 홀(파4)부터 7번 홀(파3)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기세가 오른 이정환은 10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여 선두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14번 홀(파4) 버디로 마침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93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샷을 홀 1.2m에 붙여 버디로 연결해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클럽하우스에서 초조하게 챔피언조의 경기를 지켜보던 이정환은 나초가 1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2위로 밀려난데 이어 마지막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2009년 데뷔한 이정환은 2017년 카이도 골든V1 오픈과 2018년 골프존 DYB교육 투어 챔피언십 등 KPGA투 어에서 2승이 있다. 하지만 경기력에 비해 우승 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올 시즌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군산CC오픈을 비롯해 통산 8차례나 되는 준우승이 그 방증이다.
188cm의 비교적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호쾌한 스윙에다 특히 아이언샷이 좋아 ‘아이언맨’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2021년 12월에 결혼해 작년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해율과 해소가 있다.
이정환은 “오늘 결과가 믿기지 않고, 코스 적응을 잘해서 운 좋게 한 우승”이라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그동안 우승이 없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입대 전부터도 DP 월드투어에 대한 목표가 있었다. DP 월드투어에서 포인트 10위 이내에 들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갈 수 있는 만큼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이 이제 2살이라 와이프와 (유럽 진출과 관련해)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단서를 단 뒤 “2차례 스코틀랜드오픈 출전을 통해 느낀 점은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PGA 콘페리투어 2차전 도전을 앞두고 있는 최승빈(24)이 송민혁(21·이상 CJ)과 함께 공동 7위(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에 입상했다. 김백준(24·팀속초아이)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과 함께 공동 14위(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선전을 펼쳤다.
기대를 모았던 김시우(30)는 합계 4언더파 280타를 쳐 배용준(24·이상 CJ), 이상희(33) 등과 함께 공동 21위의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임성재(27·CJ)는 공동 42위(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에 그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