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코앞인데” 경주서 ‘후진국형’ 정화조 질식사…비상 걸린 노동부

입력 2025-10-26 16:48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질식사고 중대재해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26일 발언하는 모습. 고용노동부 제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 개최지인 경북 경주에서 이른바 ‘후진국형 산재’라 불리는 정화조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주말 동안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구속수사 확대를 공언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경주의 한 아연가공업체에서는 지하 수조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4명이 질식으로 쓰러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에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26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어떤 경위로 수조 내에서 질식 재해가 발생했는지, 가스농도 측정과 환기, 감시인 배치와 같은 밀폐공간 작업 전 기초적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엄정히 수사해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날 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김 장관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현장에서 바로 특별감독 및 수사 착수를 긴급 지시했다.

정부는 사업주 구속 등 강경책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그간 대형사고 위주로 강제수사를 활용했으나 앞으로는 기초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는 압수수색,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법을 준수했다면 막을 수 있던 사고는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해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함은 물론 범정부적으로 행·재정적 제재를 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주 사고에 대한 노동부의 대응은 비슷한 사상자가 나온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층 더 강경하다는 평가다. 장관의 사고 당일 현장 방문, 이튿날 범부처 회의 주재 및 긴급 브리핑까지 사고 규모 대비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외교 이벤트가 열리는 경주에서 정화조 내 질식사고라는 후진국형 산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 내 긴장감이 고조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