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이던 25일 피아노 공연이 끝난 뒤 연주자와 관람객이 두 손을 맞잡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대화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음악 선교사인 마두원(영어명 말스베리·1899~1977) 선교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나누던 둘은 마 선교사에게 피아노를 직접 배웠던 음악 제자이자 선교자와 동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목회자였다.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 김애자 선교사는 “이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하나님께 올리는 예배였다”고 말했다. 관객이던 김상복 할렐루야교회의 원로목사는 “잊혀진 선교사님을 향한 헌정이자, 기독교 음악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도 성남 분당의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 열린 마 선교사와 한국 기독교 음악선교 100주년 기념 피아노 워십 콘서트인 ‘위로의 선율’은 마 선교사에게 직접 지도를 받고 그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해온 김 선교사를 비롯해 마 선교사 선교 업적을 기리는 제자들이 함께 꾸몄다. 70대인 김 선교사, 50대, 30대 등 3세대에 걸쳐 활동하는 문화예술계 후배들이 정성스럽게 마 선교사가 편곡한 찬송가를 바탕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김 선교사가 세계에서 음악 사역을 하면서 해외 음악가들에게 편곡을 부탁해 완성한 ‘어느 민족 누구게나’ 등이 연주되기도 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대변주곡 형식의 찬송가 편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공연은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다양한 예술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대의 깊이를 더했다.
피아노 연주는 영창피아노(현 HDC영창) 설립자의 딸이기도 한 김 선교사, 드라마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한 김소형, 방기수가 맡았다. 대형 스크린에는 개념예술가로 활동하는 이름이 제작한 다양한 영상이 흐르며 관객들에게 묵상의 시간을 제공한 것은 물론 연주의 의미를 극대화했다. 특히 마 선교사의 일대기를 배우 추상미가 낭독하며 그에 맞춰 상영된 영상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마치 그 시대로 빨려드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퍼커션 등 타악기 연주자인 신경철과의 합주는 주제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전했고, 안무가인 이형우의 독창적인 안무는 장면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마 선교사의 선교 업적을 조명하고, 그가 남긴 음악 선교의 유산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봄블레싱 지클랑(이사장 손하은·대표 김소형)이 주관해 지난 12일 대전 오메가센터처치에서 첫 무대를 시작으로, 이날 두 번째를 개최했으며 오는 29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마지막 공연이 예정돼 있다. 봄블레싱 지클랑은 찬송과 말씀을 예술 안에 담아 주님의 축복을 세상에 전하는 문화 예술 기획사로 크리스천 전문가들과 함께 사역하고 있다.
김소형 대표는 “시대의 영성이 담긴 잊혀져 가는 찬송가의 능력과 아름다움, 마 선교사의 음악 사역의 계보를 잇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손하은 이사장은 “마두원 선교사의 제자이신 김 선교사님이 편곡한 대변주곡 형식의 찬송가가 다음 세대에게도 이어져, 그들이 음악 속에 담아낸 복음이 계속 흘러가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마 선교사는 1920년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음악 선교의 기틀을 마련했다. 평양숭실전문학교에서 서양 음악을 가르치며 안익태 김동진 한동일 박태준 백건우 등 한국 음악계의 주요 인물을 길러냈다. 클래식 찬송가를 직접 편곡하기도 했는데, 이중 일부는 김 목사와 김 선교사 등에 유산으로 전해졌다. 김 선교사는 2010년 마 선교사가 편곡한 34곡 중 17곡을 연주한 음반을 국내에 발매했다. 강원도와 부산 지역에서 27개가 넘는 교회를 세우며 활발한 사역을 펼쳤지만 1977년 강원도 홍천에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김 목사는 “마 선교사는 국내 선교 역사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인물”이라며 “그의 업적을 한국교회가 다시금 재발견함과 동시에 기독교 음악의 수준을 다음 단계로 올리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교사는 “그의 선교의 여정이 차세대에 전수돼 땅끝까지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마 선교사의 제자로 ‘음악이 곧 기도가 되고, 연주가 예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송가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그 감동을 성령의 울림으로 나누고 있다.
이번 공연의 취지에 공감한 만나교회는 예배당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외부 사역 단체가 교회에서 행사를 치른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김병삼 목사는 “클래식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영역이 태동하는 데 있어 교회의 역할은 컸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화 영역도 크리스천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가 그 사명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은 2층 본당과 3층까지 가득 찬 가운데 진행됐다. 만나교회는 저소득층 어르신과 외국인 근로자 등 문화 취약계층을 초대해 공연 관람뿐 아니라 식사, 선물까지 제공했다. 만나교회 섬김국장인 이용주 목사는 “초대된 분 중에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유독 많았다”며 “주님의 위로와 소망이 선물처럼 전해진 시간이었다”고 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