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시작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동성의 배우자 등록을 허용하자 교계와 시민단체가 철회를 촉구했다. 헌법이 전제한 혼인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국민의 법 감정과 윤리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26일 교계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는 지난 22일 ‘2025 인구주택총조사’를 시작하며 동성 간에도 가구주와의 관계를 ‘배우자’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교계와 시민단체가 “반헌법적 처사”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등 300개 단체 연합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동성혼의 허용은 헌법 개정 사항임에도, 이를 행정 절차로 우회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동반연 등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판결을 통해 ‘우리 헌법과 민법상 혼인은 이성 간 결합을 전제로 하며, 동성 간 혼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했다”며 “정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통계조사를 명목으로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로 분류하도록 허용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위헌적 행위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국가데이터처 관계자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료 입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일 뿐이며, 동성 부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서도, “단순한 자료 입력이 목적이라면 ‘비혼 동거’ 항목 등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며 “‘배우자’ 항목을 통해 동성 파트너 등록을 허용한 것은 단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승구 교수)도 성명을 내고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동성 간 관계를 행정상 ‘배우자’로 등록하게 하는 것은 법 정신에 어긋나고, 국민의 법 감정과 윤리 기준에도 충돌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임다윗 목사)는 “동성을 배우자로 포함하는 것은 헌법이 전제한 혼인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 조치는 단순한 통계 조정이 아니라 법적·이념적 변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계는 신앙의 양심 차원에서도 국가데이터처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성경은 혼인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연합으로 규정한다”며 “이 질서를 인간이 자의적으로 바꾸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자 도덕적 혼란과 사회 붕괴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에 따라 가정을 지키고, 다음세대에 올바른 결혼관과 성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며 “하나님께서 세우신 가정은 사회의 기초이며, 그 기초가 무너지면 어떤 경제적·정치적 번영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기독교는 어떠한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지 않지만, 사랑의 이름으로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유를 용인할 수 없다”며 “국가가 헌법적 가치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진행되며, ‘동성 배우자’ 항목을 입력할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