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자생적 토착 교단을 꿈꾼 기독교대한복음교회(총회장 윤창섭 목사·복음교단)가 설립 90주년을 맞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윤창섭 총회장은 “복음교단은 ‘한국인은 한반도 땅에 보내진 선교사’라는 기조로 해외 지원도 없이 묵묵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면서 “향후 북한은 물론 이 땅에 있는 이주민까지 사랑으로 품는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음교단은 수원농림전문학교(현 서울대 농과대학) 출신이자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신과대학), 일본 동경신학교, 메이지학원(현 아오야마가쿠인대 신학부) 등에서 공부한 최태용 목사가 1935년 설립했다. 최 목사는 일본에서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아 무교회주의와는 다른 비교회주의, 교회의 녹슨 전통과 문자주의 신학을 고치는 교회변혁 운동을 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당시 조선에 복음을 전하러 온 해외 선교사에게 조선 문화를 가르치기도 했던 최 목사는 선교사들이 본국의 신앙을 조선에 강요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동지들에게 단독 교회, 자생 교파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전북 익산 금마에서 700여명이 넘는 성도들과 함께 기도 집회를 열었다. 그가 바란 교회상은 외세의 간섭과 조종이 없는 교회였다. 교단을 세우며 만들었던 3대 표어 ‘신앙은 복음적이고 생명적이어라, 신학은 충분히 학문적이어라, 교회는 조선인 자신의 교회이어라’에 그 의미가 잘 담겨있다.
이후 복음교단은 잡지 ‘영과 진리’를 통한 문서선교, 농촌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농어촌선교에 힘썼다. 지주와 소작농 사이 갈등 해결, 생산성 있는 쌀 품종 도입 등에 앞장서며 오늘날 농협이 하는 사업의 시초가 됐다. 한국전쟁 때 최 목사가 납북돼 사망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복음교단은 현재 67개 교회로 교세가 크지 않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하나님 나라 확장에 힘쓰고 있다.
복음교단은 27일부터 이틀간 전북 군산복음교회(전진택 목사)에서 총회와 문화예술제, 유물전시회 등을 열고 90주년을 기념한다. 총회 선언문에는 ‘12. 3 내란의 조속한 법적 처분과 종결을 바라며, 엄중한 처벌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고히 해야 한다’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조건 없이 만나 영구한 평화를 가져오길 바라며, 남과 북의 교회도 다시 만나 교류와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임의진 총무는 “복음교단은 최태용 목사님이 추구했던 ‘소(少)하나 순(順)한 교회’처럼 어려움 속에서 민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면서 “교회 민족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빛이 되는 복음교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