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마다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동성 배우자’ 항목 입력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국가 통계에서 동성 커플을 사실상 인정한 첫 사례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데이터처는 “모든 표본조사 대상자가 모든 항목에 대해 입력제한없이 응답함으로써 조사누락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교계는 “국가가 헌법과 창조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는 국가 단위의 대규모 통계조사로 복지·경제·교통 등 주요 정책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국가 데이터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구주와 같은 성별을 ‘배우자’로 입력해도 오류로 처리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2020년 조사까지는 동성 간 배우자 선택 시 입력이 차단됐으나, 이번부터는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24일 설명자료를 내고 “2020년 조사에서 ‘가구주와의 관계’ 문항에서 가구주와 성별이 같은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할 경우 입력 오류로 처리하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자료 입력 방법을 변경했다”며 “이는 모든 응답자가 제한 없이 답할 수 있도록 조사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또 “동성 배우자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적극적 조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동성혼 관련 조사는 사회적 합의와 법제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이므로 통계로 집계하는 문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계는 이 같은 조사가 “사회의 가치 기준을 혼란시키고 헌법이 전제한 혼인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26일 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임다윗 목사)는 최근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등록 허용, 국가가 헌법과 창조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언론회는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돼야 함을 명시한다”며 “남녀의 구분을 없애자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창조 질서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관계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을 배우자로 포함하는 것은 헌법이 전제한 혼인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 조치는 단순한 통계 조정이 아니라 법적·이념적 변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회는 “기독교는 어떠한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지 않는다”면서도 “사랑의 이름으로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가 헌법적 가치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가정은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의 질서이며 그 기초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