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은 24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유엔의 날’ 기념식에서 대한노인회 이중근 회장(부영그룹 회장)이 ‘유엔데이’를 국가 공휴일로 다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희생을 기억하고, 국제사회의 헌신에 감사하는 제도적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무랏 타메르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외교사절, 보훈단체, 군장병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유엔군의 희생을 기리며 상징묘역에 헌화하고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은 헌화 후 “6·25전쟁은 유엔 창설 이후 최초이자 유일하게 60개국이 참전한 전쟁이었다”며 “유엔군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만큼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재지정해 그들의 헌신을 잊지 말고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데이는 1975년까지 법정공휴일이었으나, 1976년 북한의 유엔 산하기구 가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정이 폐지됐다. 이후 50여 년간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복원되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유엔 참전용사 예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5년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유엔참전국별 기념비 23개를 세우는 데 기부금을 지원했으며, 직접 저술한 ‘6·25전쟁 1129일’을 국내외 기관과 해외 참전국에 1000만부 이상 무상 배포했다. 부영그룹도 국가보훈부의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와 6·25재단 후원, 격오지 부대 시설 개선 등 호국보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의 제안은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엔데이 공휴일 지정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달에는 40만명이 동참한 국민 서명부가 국회에 전달됐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