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넘어 미래로…11월 한국춤의 새로운 시도 3편

입력 2025-10-26 13:02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이 지난 20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미메시스’ 연습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국악원무용단, 국립무용단, 서울시무용단 등 한국 전통춤 기반의 대표적 공공 무용단 3곳이 11월 나란히 신작을 선보인다. 전통춤의 본질적인 움직임은 가져가되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 또는 창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서울시무용단은 11월 6~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미메시스’를 공연한다. 윤혜정 단장이 안무를 맡은 이 작품은 교방무, 한량무, 소고춤, 장검무, 살풀이춤, 승무, 무당춤, 태평무 등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윤 단장은 한국 전통춤의 근원적 움직임과 자연의 흐름 사이에 닮은 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라이브음악과 함께 구성했다.

이 작품은 기존 장단을 해체한 음악, 의상, 장신구 등에 현대적 매력을 담아 바꾸되 춤의 본질은 고스란히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남자 무용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주목받았던 스타 무용수 기무간이 출연해 공연 전부터 무용 팬들의 관심이 높다.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 포스터.

국립무용단도 11월 6~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025 안무가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이 2023년 시작한 ‘안무가 프로젝트’는 공모를 통해 선발한 신진 안무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안무가 프로젝트’는 정소연, 이지현, 박수윤의 트리플빌(Triple Bill) 형식으로 선보인다. 각 작품은 약 30분 길이로 구성된다.

국립무용단 단원이기도 한 정소연은 인공지능과 인간을 공존을 다룬 ‘너머’를 준비했다. 아날로그적인 무대에 전통 장단과 전자음악을 활용해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무가 이지현이 선보이는 ‘옷’은 옷이라는 글자의 형태가 사람의 몸과 닮았다는 발상에서 출발해 ‘입혀진 자아’를 탐구한다. 옷은 외부의 시선과 역할, 옷걸이는 그것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박수윤의 ‘죽 페스’(‘죽음 페스티벌’의 준말)는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바라보며 장례를 축제로 전환한다. 휘파람·종소리·숨소리 등 가공되지 않은 사운드와 라이브 밴드 음악이 몰입감을 더한다.

지난 22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무용극 ‘춘향단전’ 제작발표회에서 김충한(왼쪽에서 네 번째) 예술감독과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11월 14~16일 고전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을 올린다. 기존 작품에서 주변 인물로 머물던 향단이 이번엔 사랑과 질투, 욕망에 흔들리는 입체적 인물로 재탄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몽룡의 오해로 춘향 대신 입맞춤을 받은 향단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다 광기로 무너져가는 이야기다.

김충한 예술감독이 안무한 이 작품은 국립국악원무용단이 2019년 ‘처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무용극이다. 강강술래, 한삼춤, 북춤, 검무, 기생춤 등 다양한 전통춤의 미학으로 사랑과 집착의 드라마를 풀어낸다. 음악은 국악관현악과 정가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실연으로 참여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