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광고’가 뭐길래…발끈한 트럼프, 캐나다에 10% 추가 관세

입력 2025-10-26 08: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초상화 앞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캐나다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과거 관세 비판 발언을 편집해 광고로 내보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캐나다는 로널드 레이건의 관세 관련 연설을 악용한 허위 광고를 내보낸 것이 적발돼 현행범으로 붙잡혔다”며 “그들(캐나다)의 사실에 대한 중대한 왜곡과 적대 행위 때문에 나는 그들이 현재 내는 것에 더해 관세를 10% 인상한다”고 적었다. 또 “그들의 광고는 즉시 중단되어야 했지만 그들은 광고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월드시리즈 중계 도중 그대로 내보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트럼프는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타리오주가 만든 TV광고는 레이건의 1987년 4월 25일 라디오 연설 음성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레이건은 광고에서 “높은 관세는 필연적으로 외국과의 보복과 치열한 무역 전쟁을 촉발한다”며 “그러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과 산업이 문을 닫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말했다. 레이건의 목소리가 1분 가량 담긴 해당 광고는 이미 여러 차례 방영됐고, 특히 24일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중계 과정에서도 나왔다. 온타리오주가 보수 진영의 영웅이자 트럼프가 벤치마킹한 레이건의 입을 빌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재단은 광고 직후 “음성과 영상을 선택적으로 사용했고 재단의 사전 허가를 구하지도 않았다”며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설 내용은 일부 편집됐어도 모든 인용문은 레이건의 원본 연설에 모두 나오는 대목이다. 또 레이건이 실제 관세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것은 맞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레이건은 당시 일본으로 유입되는 값싼 반도체를 비판하며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내가 꺼리는 조치”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무역 장벽은 모든 미국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한다.

CNN은 “레이건은 실제로 5분간의 연설에서 관세를 강력히 비판했다”며 “자유롭게 공정한 무역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연설이었다”고 전했다. 레이건도 과거 관세를 활용했지만 대체로 ‘불가피한 악’으로 생각했고, 무역 전쟁에 대해 경고해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반발하면서 광고 비용을 부담한 온타리오주 더그 포드 주지사는 27일부터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미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고 결국 추가 관세까지 발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