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철강·자동차 등 수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와 관련한 무역협상을 중단하겠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의 지독한(egregious) 행위로 인해 캐나다와의 모든 무역 협상을 즉각 종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캐나다 TV 광고를 협상 종료의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로널드 레이건(미국 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담긴 거짓 광고를 기만적으로 사용했다고 로널드 레이건 재단이 방금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대법원 등 법원 결정에 개입해 영향을 주려고 그런 광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의 심리를 진행 중이다. 첫 심리 기일은 다음달 5일 열린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관으로 만들어진 광고에는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인들 삶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주장이 담겼다. 광고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언급한 1987년 라디오 연설 음성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이건은 당시 “누군가가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고 하면 얼핏 애국적으로 들린다”며 “하지만 관세는 시장을 위축시키고 붕괴시킨다. 산업이 문을 닫고 수백만 명이 잃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레이건은 당시 미 의회에 일본의 막대한 무역 흑자에 대응한 추가 보호무역 조치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단은 이 광고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왜곡하고 있으며 발언 사용·수정 허가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NYT는 “재단이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온타리오주가 미국 내 보수층에서 영향력이 큰 레이건 전 대통령 음성을 인용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관세 정책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려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 종료를 선언하면서 지난 수개월간 진행돼온 양국간 무역 협상은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를 만나 무역 협상 관련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