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통일교 샤넬·그라프 김건희에 전달… 받았다고 직접 들어”

입력 2025-10-24 17:18 수정 2025-10-24 19:46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청탁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재판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받아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김 여사로부터 해당 제품들을 돌려받은 후에는 자택에서 보관해왔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전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22년 4월 7일 경기도 가평 한옥에서 통일교 측 인사인 윤영호씨로부터 김 여사에게 전달할 명목으로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액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어 해당 가방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가방을 받아 자신의 처남을 시켜 유경옥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방을 전달받은 사실을 김 여사에게서 들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이후 윤씨 측에 김 여사가 가방을 전달받고 좋아했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이 법정에서 제시한 문자 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윤씨는 2022년 7월 29일 전씨에게 연락해 ‘여사님 선물은 이름이 그라프 클래식 버터플라이 싱글 모티프 페어 쉐이프 다이아몬드 드롭 펜던트’라며 ‘금액은 63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이 한국에 오는데 교육부 장관 예방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 전씨는 “(목걸이도) 똑같이 처남을 통해서 유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게 목걸이가 전달된 사실을 김 여사에게 확인받았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는 “나중에 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전씨는 지난해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해당 제품들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유 전 행정관이 저한테 받으러 오라고 해서 제 처남이 가서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 측이 “피고인이 증인에게 연락해 받아가라고 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돌려받은 제품은 자신의 집에 보관했다고 한다. 특검 측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당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자 “집이 엄청 복잡해서 다 뒤집기 전엔 못 찾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유 전 행정관이 샤넬 가방을 가방과 구두 등으로 교환한 것과 관련해서는 “처음엔 몰랐다. 지난해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을 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윤씨에게 목걸이를 돌려주지 않은 이유를 묻자 “물건을 교환하지 않았으면 돌려주기가 편했을 텐데 이미 다 (교환을) 해놓은 상태라 설명할 길이 없으니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씨는 수사 과정에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분실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지난 20일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해당 제품들을 가지고 있단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의 실물을 확보했다. 그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관해 “제 재판에서만큼은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어쨌든 저도 종교인인데 거짓말을 계속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