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해 지역에 대한 애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대구·경북(TK)은 이 대통령의 고향(경북 안동)이 있는 지역이지만 보수세가 강한 진보 진영 험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TK에 공을 들였지만, 기대만큼 표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대구·경북은 제가 태어나서 그야말로 태(胎)를 묻은 곳”이라며 “대구 근처에 오니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별히 여러분을 뵈니 옛 생각도 새록새록 나고 감회가 새롭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구에 안경업체가 많은데, 제가 쓰는 안경도 대구에서 만든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가급적 (안경은) 대구에서 생산한 것을 쓰시라”고 권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대구 플러팅’에 참석자들 사이에선 간간이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구·경북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라는 큰 업적을 이뤘다”며 “비판적 요소가 분명히 있지만, 경제발전의 공적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벌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생긴 것 등 몇 가지 부작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정부) 당시엔 우리가 가진 자원이 희소해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기회를 몰아주는 시쳇말로 ‘몰빵 작전’을 한 것”이라며 “한 때는 효율적으로 작동하긴 했으나 이제 한계가 드러났다. 그 때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새 시대에는 새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을 위한 배려가 아닌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필수 전략”이라며 “새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흔들림 없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윤재옥(대구 달서구을)·이인선(대구 수성구을) 국민의힘 의원의 자리 배치도 신경썼다. 이 대통령은 “우리 의원님 두 분은 자리를 오늘은 앞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 의자를 옮겨서 앞으로 해달라”며 “동네마다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자리가 앞에서 6번째 줄에 배치되자 맨 앞자리로 옮겨달라고 따로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두 의원을 향해 “대통령과 국민들의 직접대화 자리여서 별도로 발언할 기회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꼭 하실 말씀 있으면 이따 한 번 하시라”고 언급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