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2일 방한 일정이 23일(현지시간) 발표되면서 한·미 무역 합의가 최종 타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외교가에서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9일로 예정된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안보 후속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분출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8월 25일 첫 회담 이후 두 달간 협상을 이어왔다.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현안인 무역 협상의 경우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직접 투자(현금) 비중과 분납 투자 방식 등이 최종 쟁점으로 거론된다. 당초 미국 정부는 전액 직접 투자를 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직접 투자와 대출·보증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안하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3500억 달러를 한꺼번에 직접 투자할 경우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이 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을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직접 투자 액수를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추고 기간을 나눠 투자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들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전액 일시납으로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남은 쟁점은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내용의 절충점을 찾는 일로 보인다. ‘전액 선불’(up front)투자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과 연쇄 회동을 하며 집권 2기 첫 아시아 순방의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 극적 무역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관세 협상도 관심사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동맹 현대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까지 포함된 안보 및 산업협력 관련 협상 결과물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원자력 협정 개정의 경우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가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은 4박 5일 동안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방문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아시아는 25일 낮)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 DC를 출발한다. 26일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한다.
27일 일본으로 향해 이튿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양자 회담을 한다. 일본에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으로 29일 이동한다. 1박 2일로 일본 체류 기간보다는 짧지만 한국 일정이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아시아 순방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좌한다. 시 주석과 만남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