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州)와 조지아주의 주지사들이 23일 방한해 주요 대미 투자 기업들을 잇달아 만났다. 트럼프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이민정책 강화 등으로 대미 투자가 위축되자 주지사들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핵심 경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미 투자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에 따르면 빌 리 테네시 주지사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이날 입국해 한국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미국 주지사들의 방한은 지난달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처음이다. 특히 리 주지사가 한국을 찾은 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테네시주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가지고 있어 LG전자 효성중공업 한국타이어 등 한국 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테네시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기준 한국 기업 24개사가 약 59억 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42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최근에는 SK온과 포드의 합작 배터리 공장과 LG에너지솔루션-GM의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이 추진 중이다. LG화학의 양극재 공장 건설도 진행되고 있어 관련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리 주지사는 첫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방문해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회동에선 SK온-포드 합작 공장 운영과 지역사회 발전 등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리 주지사는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무역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테네시주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윤진식 무협 회장을 비롯해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 최명배 엑시콘 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무역협회 회장단과 한미경제협의회(KUSEC) 회원사가 참여했다.
윤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의 핵심 생산 거점이자 북미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테네시주와 우리 기업 간 협력을 통해 한미 양국의 첨단 산업 분야 공급망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기를 희망한다”며 “원활한 현지 진출을 위해 우리 기술자들의 비자 애로에 주정부 차원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리 주지사는 “한국은 배터리 소재·셀, 완성차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테네시주의 핵심 경제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들이 테네시주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온 만큼 주정부도 경쟁력 있는 인력 확보와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 조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날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과의 회동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양측은 배터리 합작공장 구금 사태 여파와 앞서 합의한 투자 및 고용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주는 근래 들어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1100만㎡ 규모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한 바 있다.
켐프 주지사는 24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등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조지아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 대표들과도 회동할 계획이다.
리 주지사 역시 방한 기간 동안 김동명 대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LG전자와 효성중공업 관계자 등과 추가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들 주지사와의 만남에서 한·미 간 비자 제도 개선과 관련한 우리 기업 의견과 현장 우려 등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