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모기매개 감염질환인 치쿤구니야열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22일 중국 본토를 방문한 적이 있는 77세 남성이 치쿤구니야열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남부에서 지난 7월 치쿤구니야열이 발생한 이후 첫 사망 사례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사망자는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가 지난 13일 홍콩으로 돌아온 뒤 발열과 관절통을 호소했다. 14일 병원을 찾은 뒤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보건당국은 “치쿤구니아열에 따른 사망이나 중증 증상 발현은 매우 드물고 사망률은 1000명 중 1명 미만”이라며 “심각한 합병증은 대부분 환자의 기저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1세 미만 영아, 임산부,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쿤구니아열 감염 이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고 회복 기간도 더 길다”면서 “치쿤구니아열 감염 지역 방문 후 발열, 갑작스러운 관절통,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홍콩에선 총 42건의 치쿤구니야열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들은 모두 중국 본토에서 감염된 뒤 홍콩으로 들어왔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 40개 국가·지역에서 치쿤구니야열로 총 44만5271명이 확진돼 이 중 15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에선 지난 7월 남부 광둥성 포산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1만명 이상이 감염됐다.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광둥성 질병통제국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2086건의 지역 감염자가 발생했다.
치쿤구니야열은 1952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처음 확인됐다. 고열과 근육·관절통, 두통 등을 유발하며 치명률은 낮지만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사람간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