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의 재발견?…“일부 폐암·피부암 환자에 효과”

입력 2025-10-23 10:51 수정 2025-10-23 13:15
2021년 11월 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병원을 찾은 청소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중 널리 쓰이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일부 암환자의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네이처지 최신호에 이 코로나 백신들이 암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항암치료를 돕는다는 연구 초기 결과가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와 플로리다대 공동 연구진은 폐암과 피부암 중증환자 가운데 특정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치료를 시작한 지 100일 이내에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주사를 맞으면 수명이 크게 연장된다는 연구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중증 암환자 1000명 가운데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다. 폐암 환자 중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보다 항암치료 시작 3년 후 생존 확률이 거의 2배나 높았다. 피부암의 종류인 악성흑색종 환자도 백신을 접종한 그룹이 전체적으로 더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암센터의 수석연구원인 애덤 그리핀 박사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계열 백신들이 암환자의 인체에 마치 사이렌을 울리는 것처럼 세포들을 깨워 활동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의 세포를 더 잘 듣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암 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mRNA 연구 전문가인 제프 콜러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코로나 백신처럼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는) 기성품을 활용한 치료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매우 훌륭한 단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임상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위한 신규 mRNA 백신 설계 전 단계로써 코로나19 mRNA 백신과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리는 항암제를 병용하는 방안의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