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부천세종병원 과장, ‘폰탄 진료지침’ 정립…의료현장 표준 전망

입력 2025-10-22 17:35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5년 대한심장학회 제69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부천세종병원 김수진 과장(오른쪽에서 세번째), 대한소아심장학회 김웅한 회장(다섯번째)·허준 부회장(네번째) 등 학회 회원들이 폰탄 환자 진료지침 발간을 축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제공

부천세종병원 김수진 과장(소아청소년과)을 주축으로 정립한 ‘희귀질환(폰탄) 환자 진료지침’이 전국 소아심장 분야 의료현장에서 표준이 될 전망이다.

부천세종병원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5년 대한심장학회 제69차 추계학술대회’에서 김 과장이 이 같은 진료지침을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폰탄 환자 진료지침은 대한소아심장학회 최초의 공인 진료지침이다.

소아심장 분야 표준을 제시함과 더불어 폰탄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과 연구자에게 국내 실정에 적합한 근거 기반의 진료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 전임의 및 이들을 지도하는 교육자에게도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김 과장을 포함한 대한소아심장학회 회원들은 지난 2023년부터 심장 분과에서도 가장 어려운 희귀질환의 하나인 폰탄 환자에 대한 진료지침 정립을 결정, 폰탄 진료지침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수십 차례 연구·회의·합의를 진행한 끝에 2년여 만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

김 과장은 폰탄 진료지침 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포함한 전국 주요 병원의 소아심장 전문의들이 개발 실무위원, 편집위원, 검토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김 과장은 “새로 배출되는 소아심장 전문의가 극소수에 그치는 가운데 몇 안 되는 전문의들의 수도권 집중과 전문의 고령화가 소아심장 질환 진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련 중인 전공의·전임의도 극히 적어 현장 지식의 명맥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에게는 축적된 지식이 소실되지 않도록 전수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또 하나의 임상적·교육적 숙제가 됐다”고 진료지침 정립 배경을 설명했다.

폰탄 환자는 폰탄 수술을 받은 환자를 줄인 말이다. 폰탄 수술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두 개의 기능적인 심실을 갖질 않아 하나의 심실(단심실)만으로 체순환과 폐순환을 동시에 담당해야 하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치료법이다.

단심실 환자는 체동맥 혈액의 낮은 산소포화도와 단심실의 만성적 과부하로 울혈성 심부전 및 폐고혈압이 발생해 40세 이상 장기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폐동맥에 혈액을 공급하는 데 있어 심실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도록 하는 폰탄 수술을 받음으로써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폰탄 환자는 세계적으로 5만∼7만명, 국내 1700명(2019년 기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의 기술적 발전 등으로 생존율은 향상됐지만, 폰탄 환자들의 혈역학적 특성으로 인해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환 부전, 심부전, 부정맥, 말초 장기 합병증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보이고 있다.

폰탄 환자 진료지침은 이에 따라 폰탄 순환 부전, 심실 기능 부전, 폰탄 관련 간질환, 폰탄 환자에서 심부전의 약물 치료·부정맥의 진단 및 치료·단백질소실장병증·혈전색전증·운동·임신과 출산·검진 또는 추적관찰에 대한 제안 등 폭넓은 내용을 담았다.

또 ‘폰탄 환자에서 혈전예방요법이 도움이 되는가’ ‘폰탄 환자에서 폐동맥고혈압약제 사용이 도움이 되는가’ 등 일선 의료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핵심 질문에 대한 솔루션(권고사항)도 빠뜨리지 않았다.

폰탄 환자 진료지침은 학회 전체 회원 설문을 통해 이처럼 빈도가 높은 임상 질문을 선정하는 등 현장 수요를 충실히 반영했다. 또한 메타분석 및 체계적인 문헌고찰 기반으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가 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등 국가기관 전문가의 참여·자문을 받아 방법론의 타당성과 신뢰성도 높였다.

이와 함께 수도권 대학병원을 포함한 다기관 참여는 물론, 전국 주요 거점 병원들과의 협력을 통한 통합적 개발로 임상 적용성을 강화했다.

김 과장은 “폰탄 환자 진료지침을 정립하는데 애쓴 모든 의료인께 감사드린다”며 “아무쪼록 이 진료지침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인들과 관련자에게 널리 활용돼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폰탄 환자 진료지침은 ‘기능적 단심실 환자의 조기 치료 및 합병증 조기진단에 대한 코호트 연구(과제번호 25C-030-0100)’의 일환이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재원과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해당 진료지침은 대한소아심장학회에 가입한 정회원이라면 홈페이지를 통해, 또는 각 의료기관에 비치된 인쇄본, 협회 실물 책 발송 요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