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놔두고 자전거로 배달해”…日 집배원들이 겪은 ‘직장 내 괴롭힘’

입력 2025-10-22 16:59 수정 2025-10-22 17:17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거리에 한 집배원이 오토바이에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우정공사가 오토바이 사고를 낸 집배원에게 ‘벌칙성’으로 자전거 배달을 시키던 관행을 최근 전면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NHK에 따르면 이 방송사는 지난 17일 집배원 A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A씨는 오토바이를 주차하려다 실수로 넘어뜨려 근처에 있던 차량에 흠집을 냈다. 1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이 집배원이 사고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가벼운 사고였지만 우정공사의 징계는 무거웠다. 35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8월 말부터 총 2주간 자전거로 배달 업무를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A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며 “상사로부터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우정공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훈련이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보도 이후 문제가 되자 사내 조사를 벌인 끝에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으며, 결국엔 ‘자전거 배달 징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기록하는 NGO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텟페이 카사이는 “이번 사태는 일본 배달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 감수성 강화 흐름이 맞닿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