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로 게임기 산 교수…국립대 ‘연구비 쌈짓돈’ 행태

입력 2025-10-22 16:57

강원대 소속 교수가 연구비로 게임기와 개인 냉장고 등을 구입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정부가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해 대학에 대규모 국고 지원을 하기에 앞서 연구비 관리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강원대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원대 교수들의 연구비 비위 사건을 거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물었다. 김 의원과 강원대 등에 따르면 강원대 교수 15명은 연구비 6억원을 빼돌려 게임기와 개인 냉장고 등을 구입했으며, 일부는 제자 20여명의 인건비를 개인 계좌로 가로챘다.

정재연 강원대 총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부 연구자들이 조금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엄중하게 징계하고 제도를 개선해 이런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수나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행위는 다른 국립대나 사립대 심지어 과학기술원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성균관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부 감사에서는 교수들이 연구비 명목으로 써야 할 법인카드를 주점에서 썼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법인·연구비 카드를 부정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도 법인카드로 상품권깡(상품권 구매·현금화)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앞서 줄줄 새는 연구비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기본 계획인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한 지방대 육성 방향’을 발표했다. 거점 국립대 9곳에 5년 동안 4조원 이상 투입해 연구중심 대학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김 의원은 “강원대 연구비 횡령 사건은 연구비 집행 과정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거점국립대 육성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대학 내부의 연구비 집행 투명성과 윤리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