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질문, 다시 “낭만이란 무엇인가”를 묻다

입력 2025-10-23 08:00
데브캣 이진훈 '마비노기 모바일' 디렉터. 넥슨 제공

넥슨의 개발 스튜디오 데브캣은 ‘따뜻한 세계’를 추구해왔다. 판교 본사에서 떨어진 삼성동 한복판, 독립된 공간에서 시작된 이들의 새 도전은 20년 전 ‘마비노기’가 품었던 질문으로 돌아간다. “지금 시대의 유저들에게 낭만은 어떤 모습일까.”

이진훈 디렉터는 “매 순간 두 갈림길에 서 있었다”고 말한다.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최신의 감각으로 다시 빚을 것인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그들이 붙잡은 건 기술도 시스템도 아닌 ‘마비노기다움’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온기를 어떻게 화면 속에 담아낼지, 그것이 기준이 됐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투 중심의 기존 ‘모바일 게임’ 공식을 과감히 버렸다. 채팅과 양털 깎기, 합주와 제작 같은 생활형 콘텐츠가 가장 먼저 구현된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감각,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의 하루를 물들이는 경험, 그것이 이 게임이 말하는 낭만의 언어다.

이 낭만은 거대한 모험보다 작은 순간에 깃들어 있다. 비 오는 날 젖어드는 옷자락, 지나가던 유저가 잠시 멈춰 앉는 벤치, 우연히 함께 울려 퍼지는 합주의 선율, 이스터에그 하나를 발견하며 피식 웃게 되는 찰나까지도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세심히 설계한 흔적이다.

커스터마이징은 낭만에 더 진한 맛을 낸다. 체형과 골격, 시선의 미세한 떨림까지 표현된 캐릭터는 생동감을 전한다. 유저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세계를 채워 넣는다. 개발사는 ‘나’라는 존재가 이 세계에 남기는 자취이자 또 하나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연한 만남’ 시스템 역시 그런 철학의 연장선이다. 누군가와 스치듯 이어지고, 부담 없이 연결되는 구조는 MMORPG가 가진 관계의 벽을 허문다.
마비노기 모바일 합주 단체 컷. 넥슨 제공

수많은 이용자가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낭만을 배가된다. 화면 속 캐릭터들은 서로 다른 외형과 사연을 지녔지만, 한 장의 사진 안에서 함께 존재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빠름보다 여유를, 경쟁보다 공존을 중시하고 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달리는 대신 자신만의 속도로 걸으며, 그 길 위에서 작고 소중한 기쁨을 발견하는 경험. 개발진이 이 게임을 통해 전하려는 낭만의 정의다.

이 디렉터는 “만약 내가 이세계(異世界)에서 살아간다면 마비노기 모바일의 세계 속이었으면 좋겠다는 평소의 생각을 게임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