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의료원 35곳에서 매년 약 16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2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선 재정 악화와 인력 유출의 악순환에 빠진 지방의료원을 지원해달라는 호소가 나왔다. 지방의료원연합회는 지역 의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선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영완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서산의료원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의료원이 3년 연속 재정 악화에 빠졌다’는 박희승 의원 지적에 “(올해도) 전체 의료원에서 연말까지 총 1500억여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일부 의료원에선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료진 이탈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를 통해서 안정적인 의료 인력 공급이 필요하다”며 “현재 지방의료원이 처한 가뭄을 극복하려면 충분한 강우가 필요하다. 지방의료원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큰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역의료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지방의료원은 수년째 재정 적자에 놓여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통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의료원 36곳(분원 포함) 적자 규모(당기순이익 기준)는 1603억7249만원에 달했다. 서울의료원이 192억328만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고, 부산의료원 179억4760만원, 청주의료원 144억7323만원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경영난이 시작된 계기에는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있다. 김 회장은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의료원에서 입원환자를 퇴원시켜 병상을 비우고, 외래 환자 진료 중지, 선별검사소·호흡기센터 운영, 재택치료 등 전 직원이 코로나 환자에 집중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가 병원을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코로나 이전 3년에 비해 병상 가동률은 75%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2년 한 연구보고서에서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의 진료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4년3개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이 ‘수요 감소·재정 적자·인력 유출’이라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회장은 “특히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나날이 의료진이 수도권·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