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 라면봉지, 유리병, 라이터, 세숫대야…. 편의점 앞에서나 볼 법한 물건들이 해변에 널려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건 스티로폼이었다. 부서져 가루처럼 바위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봉지와 플라스틱 조각이 바위 위를 굴렀다.
봉사자들은 처음부터 집게로 쓰레기를 집었지만, 스티로폼이 너무 미세해 이내 손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기자도 손길을 거들었다. 그러나 스티로폼 조각은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었다. 그렇게 80ℓ짜리 대형 봉투 32개를 가득 채웠다.
1시간여동안 쓰레기를 주웠지만 여전히 남은 쓰레기들이 발밑에 밟혔다. 봉사자들은 잠시 발길을 멈췄다. “다 치우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후정의위원회(위원장 이종덕 목사)와 생태공동체운동본부(집행위원장 김지목 목사)는 기장 인천노회(노회장 이동순 목사) 인천녹색연합(공동대표 이진 문태석 김경숙)과 함께 21일 인천 영종도 마시안 해변에서 ‘플로깅 기도회’를 진행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해변의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회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장 소속 목회자와 성도 100여명이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교단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기후정의 실천’ 운동의 연장선이다. 기장은 총회 산하에 기후정의위원회와 생태공동체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지역 노회와 연계해 해양 정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플로깅 기도회는 창조세계 보전을 신앙적 실천으로 확장하려는 교단 정책이 현장으로 이어진 사례다.
참석자들은 플로깅에 앞서 기도회를 갖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위해 손을 모으기도 했다. 인천노회장 이동순 성린꿈의교회 목사는 ‘세상을 새롭게’(시 104:24~31)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네 번이나 반복하셨다”며 “모든 창조물은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나님은 지금도 주의 영을 보내셔서 세상을 새롭게 하신다”며 “오늘 우리가 바다를 정화하는 일은 그 재창조의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덴의교회를 출석하는 청년 오창훈(33)씨는 연차를 내고 플로깅 기도회에 참여했다. 그는 “교회가 함께한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 왔다”며 “겉보기엔 깨끗해 보이던 해변이었지만 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오씨는 “이건 단순한 쓰레기 줍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처음 만드신 세상을 회복하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작은 조각 하나까지 직접 주워야 온전한 회복이 이뤄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지평교회를 다니는 박미현(62)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음식 먹다가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에 가지만, 이런 걸 먹는 바다 생물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영종도(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