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ICC에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소장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 북한인권세계대회의 NK 인사이더 포럼 연사로 나섰다. 국제형사재판소와 북한인권을 주제로 강연한 그는 “23년 전 ICC 창설로 유엔과 병행하거나 별도로 ICC를 통해 새로운 대북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ICC 제소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송 전 소장은 “북한 정권의 러시아에 대한 무모한 군사원조는 회원국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ICC에 고발하는 적격(소송 제기 자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한 행위는 로마규정상 전쟁범죄의 종범이나 기여범에 해당하며, 전투병까지 파병했다면 증거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전 소장은 김 위원장을 ICC에 소추하는 방안으로 우크라이나의 직접 제소 ICC 검사의 직권 수사 개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회부 등을 제시했다. 다만 안보리 회부는 러시아나 중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지정학적으로 북한 정부를 바로 ICC에 제소하기는 어려우므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직접 김정은을 ICC에 고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정치범 수용소 운영, 고문, 강제실종 등 일반적인 인권 침해 역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근거해 ’반인도적 범죄’로 ICC 제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ICC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실제 체포가 어렵더라도 영장은 시효 없이 평생 효력을 가지고, 125개 ICC 회원국 방문 제한 등 상당한 외교적·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ICC의 활용은 부당면책과 인권위반에 대한 싸움을 넓혀 가는데 가장 의미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