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당시 작업에 투입된 업체는 과거 배터리 이전 작업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대전경찰청 국정자원 화재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작업에 투입된 업체 관계자들은 경찰에 “배터리 이전 작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과거 무정전·전원장치(UPS) 신규 설치 작업과 관련된 경험은 다수 있었지만 이전 작업은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화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작업자들은 전기기사·기능사 등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뒤 동종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고급기사였으며 1명은 자격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기사였다.
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작업을 할 때 충전율이 30% 미만이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이설작업은 처음이었기에 잘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UPS에 설치된 전원을 비롯해 배터리 랙마다 설치된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이 절연장비를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한 전선에 절연작업을 실시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했다.
조대현 대전청 형사기동대장은 “배터리를 사전에 방전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다”며 “랙 시스템에서 전원을 분리하면 그 끝에 절연테이프 등으로 테이핑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하지 않았고, 작업복·공구 등도 절연처리가 된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작업 중 발생한 과실뿐 아니라 업체간 이뤄진 불법 하도급 관련 혐의도 함께 조사 중이다. 이번 배터리 이전 작업은 당초 2개 업체가 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했지만, 이들은 제3의 업체에게 하도급을 줬고 이 업체가 또 다시 2개 업체에 재하도급을 맡겼다.
전기공사업법 상 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하도급을 맡은 제3의 업체가 일괄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작업에 투입된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원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하도급을 맡은 업체에 입사한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경찰은 조달청을 비롯해 인허가 담당 지자체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분석한 뒤 불법 하도급 관련 혐의도 밝혀내겠단 계획이다.
조 대장은 “전기공사업법 상 하도급은 특별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이번 공사는 그런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진행됐다”며 “처음에 낙찰받은 2개 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가 일괄적으로 공사를 진행한 부분이 확인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현재까지 총 29명을 조사하고 5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를 받은 국정자원 관계자는 국장·과장급 직원 등 4명이다. 입건자들은 국정자원 전기 공사 담당자 및 이설작업 공사 업체 현장 책임자, 감리 업체 직원, 작업자 등이다.
조 대장은 “관련자 진술 확보 및 압수물 분석이 끝난 상황이다.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할 것 같다”며 “수거된 배터리의 안전성이 확인되려면 최소 4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달쯤 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