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도살장에서 흑염소 500마리 도축… 건강원 운영자 등 구속

입력 2025-10-22 11:04 수정 2025-10-22 13:28

무허가 도살장에서 흑염소 500여 마리를 잔인하게 도축한 건강원 운영자 등이 경찰에 검거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60대 A씨 등 6명을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중 3명은 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이달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 등은 서귀포시 남원읍 일원에서 무허가로 흑염소를 불법 도축하고, 이를 흑염소즙으로 가공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내용에 따르면 구소된 피의자 A씨와 B씨는 건강원을 공동 운영하면서 가축 도축업 허가 없이 전기충격기·토치·탈모기 등 도축 설비를 갖추고, 202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 피의자 C씨(30대)를 고용해 500여 마리의 흑염소를 불법으로 도축했다. 도축한 흑염소는 상자당 100여 봉지씩 1800상자의 흑염소즙으로 가공했다.

또 다른 구속된 피의자 D씨(60대)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사육한 340여 마리의 흑염소를 A와 B에게 도축과 가공을 의뢰한 후, 흑염소즙 1500상자를 상자당 6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E씨(60대)와 F씨(60대)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접 사육한 160여 마리의 흑염소를 피의자 A, B씨에게 도축을 의뢰하고 300여 상자의 흑염소즙으로 가공·판매했다.

현장 조사 결과, 불법 도축 작업장은 녹슨 도살 장비와 함께 흑염소의 털과 각종 불순물이 배관을 막고 있는 등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이었다.

이들은 전기충격기를 흑염소 입에 넣어 죽이는 등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축했으며, 기력이 없거나 병든 것으로 보이는 개체를 선별해 질병 검사 없이 우선 도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A, B, D씨가 판매한 1500여 상자의 흑염소즙 포장에는 식품의 내용량, 원재료명 등 법적 표시사항이 전혀 없어 식품의 표시방법 또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치경찰단은 개식용 금지법 제정으로 흑염소가 보양식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서귀포 지역에서 흑염소가 불법으로 도축돼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잠복과 CCTV 영상 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디지털 포렌식 등 다각적인 수사와 함께 세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약 10억원으로 추정된다. 자치경찰단은 이에 대한 추징 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무허가 가축 도축업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식품 표시 위반은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강수천 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무허가 도축 가축은 질병 검사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가 전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도민 건강과 보건 증진을 위해 부정 축산물 유통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