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말 판문점 등에서 전격적으로 회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이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21일(현지시간) 온라인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 때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잘 지냈나, 다시 보니 반갑다”라고 인사하는 수준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한 차이는 단발성 회담, 특히 판문점 같은 즉석 회담에서 극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일러 고문은 또 “(트럼프가) 다음 주쯤 판문점에 갑작스럽게 방문하는 생긴다 해도 무슨 큰 해로움이 있겠는가”라며 “2019년에 트럼프가 비슷한 방문을 했다. 그때도 실질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상징적 의미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판문점을 통제하는 등 ‘깜짝 회동’ 가능성은 대비하고 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요즘 미국이 처리해야 할 일들을 고려할 때 짧은 만남일지라도 큰 틀에서는 꼭 나쁜 일은 아니다”라며 트럼프와 김정은의 약식 만남이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가 워싱턴 DC에서는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목표이자 정책'이라고 말하고 판문점에 가서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 전혀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도 같은 대담에서 “그럴(회동)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며 “트럼프는 단 하룻밤, 이틀 만 (한국에서) 머물 예정이고 시진핑과의 회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모든 역량이나 자원이 그쪽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트럼프니까 약간의 가능성은 있다. 2019년에도 트윗 하나로 갑자기 방문했다”며 “불가능하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희박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 석좌는 최근 북한이 한국과는 아예 선을 긋고 있지만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김 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참여한 것을 예로 들며 “북한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먄악 북·미 간 외교 프로세스가 시작된다면 김정은이 이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 석좌는 한미 무역협상의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타이밍의 문제일 수 있다”며 “핵심 투자를 특정하고 합의를 만든 뒤, 항목별로 자금이 언제 들어올지에 대한 시간표를 두는 방식”을 전망했다.
차 석좌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해 최근 단행한 제재가 무역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는 특히 조선 분야에서 한국과의 합의를 만들어내 그에 맞대응할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