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프로젝트는 배우 손상규, 양종욱, 양조아와 연출가 박지혜로 이뤄진 공동창작집단이다. 2011년 결성 이후 작품 선정부터 각색, 연출, 연기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모든 과정에서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원작에 새로운 층위를 더하는 텍스트 해석과 미니멀한 무대를 배우의 힘으로 채워내는 특유의 공연 방식은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U+ 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양손 프로젝트의 신작 ‘유령들’(~26일까지) 역시 티켓 오픈 당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유령들’은 양손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3년간 한 작품씩 발표하는 헨리크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2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지혜는 “그동안 다자이 오사무, 현진건, 모파상, 김동인 등의 소설을 무대화하는 작품을 자주 해왔다. 이번에 극작가의 희곡을 집중적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우리가 한 번도 공연하지 않았던 입센을 탐구하기로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상규는 “입센의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장식 없이 직진하는 구조가 팀 성격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 흔히 ‘유령’으로 번역되어온 ‘유령들’은 근대 사실주의 연극의 선구자인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81년 발표한 작품이다. 해묵은 관습과 위선 때문에 파멸되는 사람들을 그린 이 작품은 성병, 근친상간, 안락사 등 당시 금기시된 소재를 다뤄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문제작이다. 이야기는 부유한 미망인인 알빙 부인이 죽은 남편을 기리는 고아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개원 전날 알빙 부인의 저택에는 고아원 사업을 담당하는 만데르스 목사, 파리에서 돌아온 아들 오스왈, 목수 엥스트란드, 하녀 레지나가 모인 가운데 그동안 감춰온 추악한 비밀들이 잇따라 드러난다.
박지혜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유령은 사람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 체면 등 사회적 압력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이 쓰여질 당시 작용하던 사회적 시선과 비난에 대한 공포는 현대 사회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입센의 원작에는 원래 5명이 나오지만, 양손 프로젝트는 3명이 5명을 연기한다. 양조아가 맡은 알빙 부인 역할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은 손상규와 양종욱이 번갈아가며 소화한다. 이런 방식은 인물의 내면과 이야기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역할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양손 프로젝트는 대본을 직접 번역한 뒤 여러 차례의 각색 과정을 거쳤다.
손상규는 “대본 작업을 오랫동안 했다. 멤버들이 각각 아이디어를 내고 즉흥연기를 통해 장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말했고, 양종욱은 “각색 과정에서 캐스팅이 계속 바뀌는데, 처음에는 상규형이 알빙 부인을 맡는 것으로 했다가 최종적으로 조아가 맡게 됐다. 그에 따라 다른 역할과 대사 등도 모두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여러 캐릭터를 넘나드는 것 외에 대본 속 지문(해설)을 직접 말로 표현하는 것도 양손 프로젝트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양손 프로젝트는 앞서 소설의 무대화 과정에서 배우의 목소리로 대사는 물론 지문, 해설까지 표현하게 했다. 이는 관객에게 소설을 ‘읽는’ 동시에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경험을 하도록 만들었다. 양종욱은 “배우가 지문 등 서술을 발화하는 것은 그 자신은 물론 관객들에게 극 중 상황에 동참하도록 만든다”고 말했고, 양조아는 “서술을 발화하는 방식은 극 중 캐릭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손 프로젝트가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 15년이 됐다. 팀을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손상규는 “양손 프로젝트에서 작업할 때와 외부 프로덕션에 작업할 때를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지는데, 양손 프로젝트에서는 모두 다 속 시원히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박지혜 역시 “만날 때마다 재밌는 이야기부터 진지한 토론까지 서로의 생각과 취향 등을 공유한 것이 팀을 한층 끈끈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