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금리가 더 낮은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등 12곳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며 70%였던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대폭 깎였는데 현행 법규상 대환은 신규 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10·15 대책 전 LTV 70%를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은 금융 소비자가 대환을 하려면 30% 포인트에 해당하는 만큼의 원금을 갚아야 해 수요가 급감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환대출 고객에 한해 주담대 LTV 축소를 예외 적용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대환대출 상품 이용 고객에게도 10·15 대책에 준해 주담대 LTV를 축소해야 하느냐’는 질의와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일부도 비슷한 질의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토 끝에 LTV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책 흐름을 보면 금융 당국이 구멍을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환대출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앞서 금융 당국이 6·27 대책을 내놨을 때 대환대출이 포함되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묶는 바람에 은행권이 일제히 1억원 초과 주담대의 대환을 중단했었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4억원을 넘긴 상황이라 수도권에서는 대환 한도가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꺾였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대환대출 실행 규모 추이를 보면 지난 5월 1540억원, 6월 1671억원, 7월 1631억원으로 1600억원 선에서 오르내리다 8월에는 전월의 5분의 1 수준인 324억원으로 급감했다. 신청 후 실행까지 한 달가량의 시차가 있어 6·27 대책 여파가 8월에 반영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9·7 대책을 내놓을 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1억원에 걸리는 차주는 원금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같은 달 중순 이후 은행권의 1억원 초과 대환 취급이 재개됐는데 한 달 만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금리 인하 및 이자 절감 효과가 입증된 대환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처분 가능 소득 늘리기가 어려워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온라인 대환대출이 도입된 2023년 5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5만3041명의 차주가 총 10조3821억원어치의 주담대를 대환했는데 평균 연 1.34% 포인트의 금리를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1인당 이자 절감액은 연 262만원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 대환대출은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수난을 겪어 이 플랫폼을 운영해 먹고사는 핀테크들은 ‘신용대출 전문’이 된 지 오래”라면서 “금융 당국이 부동산 시장 수요 억제책으로 금융권을 죄면서 기준금리 인하기임에도 주담대 금리가 고공 행진하고 있는데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대환대출은 풀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