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씨의 범행 현장 녹음파일을 외부에 유출에 따른 ‘2차 가해’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녹음 파일 유출로 피해자는 허위 고소자라는 낙인과 함께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열람만으로는 부족했나. 피고인에게 등사를 해줘야만 억울함이 풀리는 것이었냐”고 지적했다.
앞서 정씨 측은 항소심 당시 범행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의 복사를 요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 상황이 녹음돼있는 파일의 증거능력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녹음파일을 열람·복사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 메이플씨가 재판부에 전화해 “그렇게 하면(등사를 허가하면) 고소 취하하겠다.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녹취도 재생됐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메이플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전화해 “파일을 그 사람들(JMS)이 갖고 있으면 뭘 할지 알 수 없다”며 “제 모든 걸 다 공개하고 고소했는데, 제가 얼마나 더 기다리고 참아야 하느냐”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만약 그렇게 (녹취파일 복사를) 허락하면 제가 고소 취소하겠다”며 “이제 더는 안 하고 싶다. 너무 힘들다. 나도 내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검찰과 피해자 측은 편집·조작이 없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와 2차 피해 우려를 이유로 복사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허가했다.
이후 JMS 신도들 사이에서 해당 파일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씨 변호사는 녹음파일을 신도들에게 들려준 혐의(업무상비밀누설 등)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원범 대전고등법원장은 “적절성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답변드리는 것은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녹음파일 복사로 인한 2차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이드라인이나 실무 연구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도 “이상한 재판”이라며 질타했다. 추 위원장은 “피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만으로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정 의뢰하면 된다”며 “근데 왜 연구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가 그렇게 호소하는데 녹음파일을 그대로 범행을 저지른 쪽에 등사를 허용하느냐”며 “2차 가해”라고 했다.
JMS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