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야구장 못 간 이유”…암표 10만장 판 40대 검거

입력 2025-10-21 15:52 수정 2025-10-21 16:02
지난 3월 22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리그 개막전 NC다이노스 대 KIA타이거즈의 경기. 시즌 첫 전석 매진을 알리는 문구가 전광판에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매크로를 이용해 프로야구 티켓을 10만장 넘게 구한 후 최대 15배의 폭리를 취해 판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한 20대 2명도 함께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암표를 판매한 A씨(42)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포한 20대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붙잡았다고 21일 밝혔다. 매크로는 단순 반복 등 특정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등을 앞두고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많은 표를 선점하는 데 악용된다.

A씨는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일대 피시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 인원 및 좌석 좌표를 자동 입력하는 방식으로 모두 5254회에 걸쳐 프로야구 티켓 10만881장을 예매해 암표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판매한 티켓 수익금은 5억7000만원 상당으로 순수익만 3억1200여만원에 달한다. 4만원 상당의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 1루 커플석을 10배 비싼 40만원에 판매하는 등 10~15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했다. 지난 3월 22일에는 하루에 티켓 128장을 팔아 1527만원을 챙겼다.

A씨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기아 타이거즈 등 대부분의 구단 경기표를 취급했다.

가족 ID등 복수의 계정을 매크로 예매에 활용, 대기 없이 좌석 선택 창으로 바로 연결되는 ‘직접링크’ 주소를 이용해 예매 속도를 올렸다. 또 선예매가 가능한 구단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좌석을 선점했다.

경찰은 A씨의 불법 정확을 포착해 잠복수사에 돌입했고, 지난 7월 25일 경기도 여주의 한 피시방에서 컴퓨터 3대를 동시에 켜놓고 작업 중이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생활비 등을 벌려고 범행했고 매크로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B씨(26)와 C씨(28)는 암표 구입용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수의 이용자에게 돈을 받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 예매 기능에 더해 취소 표 자동 구매 기능, 다수 예매 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프로그램 개수와 기능에 따라 4만~12만원씩에 팔렸다. 두 사람은 973명에게 1488회에 걸쳐 해당 프로그램을 판매해 8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유포와 암표팔이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