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국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전투 경쟁에 몰입한 과금 유도를 벗어나 공존과 협력의 가치로 흥행과 게임성을 동시에 입증하며 넥슨의 차세대 캐시 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정식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 특유의 감성과 생활형 콘텐츠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해석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팔라딘 업데이트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MAU) 1위를 달성했다. 누적 다운로드는 364만 건, 매출은 출시 2개월 만에 1400억 원을 돌파한 뒤 현재는 3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손익분기점은 이미 넘어섰고, 리텐션 수치도 넥슨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원작이 2004년 6월 출시됐으니 20년 넘게 IP가 사랑 받고 있는 셈이다.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이용자와 함께 성장하며, 만남과 모험의 가치를 이어가겠다”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의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진훈 디렉터는 “이용자분들의 사랑이 마비노기 모바일을 여기까지 이끌었다”며 “대상 수상 여부를 떠나, 자랑스러운 게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민철 사업실장도 “출시 7개월 차지만 장기 흥행 기반이 탄탄하다”며 “내부에서도 ‘차세대 메이플스토리’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경쟁이 아닌 협력과 교류를 중심으로 한 MMORPG다. 기존의 과금 유도형 비즈니스 모델(BM)을 지양하고 ‘함께하는 모험’이라는 방향성을 내세웠다. 이 디렉터는 “MMORPG의 본질은 ‘함께하는 경험’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용자를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설정했다”며 “이용자들이 소통을 원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 역시 “시장 유행을 따르기보다 개발팀의 철학을 지켰다. 새로운 길을 택한 용기가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비노기 모바일은 ‘힐링형·소통형·협동형’ MMORPG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보다는 ‘우연한 만남’과 ‘공존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워 10~20대 이용자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으로 1020세대 이용률 1위를 기록하며, Z세대 중심의 MMORPG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 전체 이용자 중 73%가 1020세대이고 최근에는 4050세대까지 확장 중이다.
이 디렉터는 “5060세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쉬운 조작, 어시스트 모드, 안전한 교류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고 세로·가로 전환 모드로 접근성을 높였다. PC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35%에 달한다. 강 실장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며 “중장년층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은 이용자와 함께 만드는 문화를 마비노기 모바일의 가장 큰 동력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만남과 모험’의 세계를 전 세계 이용자와 공유하겠다는 목표로 내년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강 실장은 “이 흐름을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 다양한 색의 MMORPG가 등장해 시장 전체가 성장하길 바란다”며 “‘마비노기 모바일’이 그 변화를 이끌 선두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만남과 모험의 순간들’…성수에 펼쳐진 마비노기 모바일의 기록
서울 성수동 비컨스튜디오 입구를 들어서면 은은한 음악과 함께 ‘프롤로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하얀 벽면을 따라 이어진 수십 장의 사진은 누군가의 모험,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었다. 지난 17일 개막한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첫 팝업 전시 ‘모험가의 기록전’은 이용자들의 스크린샷을 모아 하나의 서사로 엮은 헌정 전시다.
전시는 ‘첫 만남의 설렘’을 담은 ‘Ep.01’, 연주와 낚시 등 생활 콘텐츠의 따뜻한 순간을 그린 ‘Ep.02’, 반려 펫과의 기억을 모은 ‘Ep.03’, 그리고 대형 미디어월로 구현된 ‘티르코네일’과 ‘이멘마하’ 공간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자신이 남긴 한 장면이 전시장 한켠을 채운 것을 발견하며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에필로그’ 공간에는 모닥불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불빛 앞에 앉은 이들은 음료를 마시며 “게임 속 세상이 현실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한다. 이진훈 디렉터가 말한 “만남과 모험의 가치를 이용자와 함께 이어가겠다”는 약속이 현실 공간에서 구현된 것이다.
글·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