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이름 전부 외워”…후임 숨지게 한 분대장 ‘집유’

입력 2025-10-21 09:48 수정 2025-10-21 10:02

후임병을 괴롭혀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8부(판사 윤정)는 직권남용 가혹 행위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분대장이었던 A씨는 2022년 11~12월 육군 모 부대 생활관에서 직권을 남용해 분대원인 B씨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23년 6월 사망했다.

그는 B씨에게 “내일까지 대대 간부 이름을 전부 외워라. 못 외우면 죽을 준비를 해라”고 했고, 다음 날에는 “내가 간부 직책·이름·계급 중 무작위로 하나를 말하면 3초 안에 직책·이름·계급을 말하라”고도 했다.

B씨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너 내일까지 외워 오지 않으면 맞선임(같은 중대 안에서 바로 앞 군번 선임을 일컫는 말)까지 죽는다”고 말했고, 이튿날에는 B씨 선임에게 “후임 관리 안 하냐"고 추궁했다.

다음 날에도 “너 전 맞선임이 누구냐 말을 얼버무리거나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순간, 네 맞선임을 불러오겠다”고 쏘아붙였다. 비흡연자였던 B씨는 이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발견됐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다가 사망했다.

B씨의 한 선임병은 “B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데 A씨가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간접적으로 혼내려고 할 때 B씨가 너무 힘들어하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한번은 발작 전조증상이 나타났는데 B씨가 A씨에게 혼난 뒤 울기 시작해 자기 얼굴이 붉게 되도록 긁었다”며 “A씨는 (가혹 행위와 관련해)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흡연장이나 행정반 등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곳에서 B씨에게 눈치를 줬고 선임병들에게 B씨 욕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직권을 남용해 가혹 행위를 했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피고인이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