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본업 없이 빚을 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것을 회사의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기업들이 국내에서 유독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주가는 하락해 개인 투자자의 계좌만 쪼그라들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트맥스(옛 맥스트) 주가는 올해 하반기 52% 하락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강세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또 다른 DAT 기업 파라택시스코리아(옛 브릿지바이오) 주가도 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상장사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레티지)도 28% 하락했지만, 이 기업은 2020년 DAT 전략을 선언한 이후 기업가치가 30배 넘게 상승하는 등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 큰 차이가 있다.
비트맥스는 비트코인 551개를 보유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비트코인 매입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이와 비례해서 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DAT 기업들은 단순 주가 부양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배구조도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트래티지는 공동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의장이 꾸준히 공개석상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면서 신뢰를 얻고 있지만, 국내 DAT 기업들은 소유와 경영 측면에서 투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비트맥스 최대주주는 ‘메타플랫폼투자조합’이다. 이 조합은 코스닥 상장사 사토시홀딩스와 김병진 회장이 이끄는 비상장사 플레이크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사토시홀딩스는 메타홀딩스라는 비상장사가 최대주주인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김 회장이다. 결과적으로 비트맥스는 김 회장 소유인 셈이다. 그가 코스닥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비트맥스 역시 제3자에게 팔리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의심을 받고 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최대주주는 미국 사모펀드 파라택시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다. 바이오 기업이었던 파라택시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곳이다. 미국에서 2019년에 설립된 디지털 자산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실적이나 검증 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개인 투자자 손실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달 16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비트맥스에 투자한 투자자 7252명 중 98.73%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라택시스코리에 투자한 투자자 10명 중 9명이 평가 손실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DAT 기업은 미국 스트래티지처럼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가 회사의 가치에 비례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DAT 기업에 대한 인지도나 평판이 국내 증시에서 잘 자리 잡지 못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