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국제수로기구(IHO) 인프라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1921년 모나코에 본부를 둔 IHO가 사무국 외에 별도의 공식 조직을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으로 부산은 디지털 해양정보 표준과 검증을 총괄하는 국제 해양데이터 허브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게 됐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IHO는 현지 시각 지난 16일 모나코에서 열린 제9차 IHO 이사회에서 IHO 인프라센터 설립지로 부산을 결정했다.
IHO 인프라센터는 3차원(3D) 해저지형과 실시간 조석·해양기상 등 해양 데이터를 새로운 국제표준(S-100) 체계로 개발·관리하고 전자해도의 상용화·검증·교육까지 수행하는 기술 전문조직이다. 각국이 생산하는 해양정보의 품질을 검증하고 항해 장비 인증을 지원해 자율운항선박, 차세대 항해시스템 등 신해양산업의 표준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시는 지난해 10월 IHO의 한국 설치 승인을 계기로 인프라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는 해양 관련 연구기관의 집적 효과, 국제금융센터(BIFC)의 접근성, 외국인 정주여건, 교통 인프라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의 넓은 사무공간과 주변 국제기구·금융기관의 협력 가능성을 부각하며 유치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현장 실사에 대비해 시는 자갈치현대화시장과 BIFC 3단계를 주요 후보지로 제안하고 부적합 시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를 대체안으로 준비하는 등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인천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IHO는 산업 인프라, 연구 네트워크, 글로벌 접근성을 종합 평가해 부산을 최종 설립지로 확정했다.
인프라센터는 내년 4월 IHO 총회 승인을 거쳐 5월 해양수산부-IHO-부산시 간 협약 체결 후 문현동 BIFC 3단계에 개소한다. 전용면적 약 1260㎡ 규모로 사무공간과 회의·검증·교육 시설을 조성하며, 시비 67억원을 투입한다. 연간 운영비는 27억원 규모로 국비 25억원과 시비 2억원이 투입된다. 초기 상주 인원은 10명 내외로 절반 이상이 외국인 전문가로 구성될 전망이다.
시는 인프라센터 유치를 통해 해양정보 신국제표준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S-100 기반 신해양표준 개발과 응용기술 주도권 확보로 세계 해양정보 산업의 중심축이 한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중 20회 이상 국제회의와 기술교육이 열리고, 각국 기관과 기업이 부산을 방문하면서 지역경제에도 연간 100억원 규모의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표준화에 따른 산업적 파급효과도 크다. 전자해도 시장은 현재 연 63억원 규모지만, S-100 체계 전환과 데이터 확장으로 2030년에는 최대 1000억원대 성장세가 전망된다. 세계 해양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362조원에 달하는 만큼 부산은 자율운항, 해양센서, 항해안전 장비 산업에서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유치는 부산이 해양산업 발전과 ‘해양수도 부산’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노력의 결과”라며 “글로벌 해양 허브도시이자 세계 해양정보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