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 상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한 가운데, 고인이 생후 2개월 아기를 옆 건물 주민에게 건넨 뒤 탈출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5분쯤 오산 궐동의 한 5층짜리 상가주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층에 거주하던 중국 동포 30대 여성 A씨는 화재 사실을 알고 아기부터 챙겼다. 2달 전 출산한 A씨는 남편과 함께 아기를 안고 창문을 열어 큰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건물과 옆 건물 사이의 거리가 1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고, 이 소리를 들은 옆 건물 이웃들이 창문을 열어 A씨 부부 목소리에 답했다.
다급했던 A씨와 남편은 창문을 통해 우선 아기를 옆 건물 주민에게 건넸고, 이 주민은 안전하게 아기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A씨의 남편이 옆 건물 창문으로 건너가 탈출에 성공했고, 그다음은 A씨의 차례였다. A씨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옆 건물 창문으로 건너가려 했지만, 미처 창문 안쪽까지 들어가지 못한 채 아래로 추락했다.
크게 다친 A씨는 아주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인 오전 10시40분쯤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기가 다량 발생하면서 계단을 이용한 대피가 막힌 A씨와 남편이 불가피하게 창문을 통한 탈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를 잃은 유족(A씨의 남편)을 상대로 지금 당장 조사를 할 수 없어서 대피 과정에 대한 진술을 청취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단 A씨의 아기와 남편이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대피한 것은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출산 이후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면서 집에서 아기를 돌봐왔으며, 같은 중국 동포인 남편은 인근 식당에서 일하며 성실히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2층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B씨가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화염방사기’처럼 불을 뿜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벌레를 잡던 중 침대와 침대맡의 쓰레기 등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하자 처음에는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진압이 여의치 않자 119에 신고했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A씨가 추락해 사망하고, 또 다른 주민 8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쳐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은 B씨에 대해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