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형 등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30대 남성이 어머니까지 범행 대상으로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혼자 남겨지면 너무 힘들어지실 것 같아서”라고 진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여현정)는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A씨(36)에게 “형과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살해하기에는 시간이 꽤 있었는데, 범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A씨는 이 같은 질문에 “갑자기 어머니만 혼자 계시면 너무 힘들어하실 것 같아서, 이 가족이 다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울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월 10일 오전 11시쯤 김포 하성면 자택에서 60~70대 부모와 30대 친형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계속 홀로 지내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최근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됐다”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저를 걱정했으나, 형은 항상 저를 폭력적으로 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저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 (형이) 계속 폭력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돼야 한다”며 사형 구형과 함께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후회하고 있고,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건 당일 A씨는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걱정하자 ‘쉬고 있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생각에 화가 나 맨손으로 벽을 치고 어머니의 머리를 때렸다.
프리랜서 웹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A씨는 최근 수입이 끊겨 지난 6월부터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을 다친 A씨가 119구급대원에 의해 형과 함께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형이 “다시 그러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자 치료 중 말다툼을 벌이고 곧장 귀가했다.
귀가 과정에서 A씨는 휴대전화로 ‘정신병’ ‘살인’ 등의 단어를 검색하며 관련 기사를 읽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던 형의 뒤로 다가가 흉기로 살해한 다음 이를 목격한 아버지, 2시간 뒤(사건 당일 오후 1시쯤) 귀가한 어머니까지 차례로 살해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11일 오전 현관 앞에서 혈흔을 발견한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 안에 있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선고는 오는 11월 26일 같은 법정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