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간 좌파집권 종식…볼리비아 중도파 파스 당선

입력 2025-10-20 11:26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로드리고 파스(오른쪽). AFP연합뉴스

볼리비아의 대통령(임기 5년) 선거 결선 투표에서 기독민주당 소속 중도 성향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볼리비아는 20년간의 좌파 집권이 막을 내렸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유효 투표 중 파스 후보가 52.2%를, 우파 호르헤 키로가(65) 후보가 47.8%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엘데베르와 방송 우니텔 등 현지 언론과 AP·AFP·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볼리비아 선거당국 발표를 인용해 파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선 결선 개표. AP연합뉴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하이메 파스 사모라(86) 볼리비아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이자 현 상원 의원이다. 남부 타리하 시장을 지내고 1차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3~4위권을 달리다 SNS에서 청년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은 경찰 출신 에드만 라라(40)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여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파스 당선인은 정치 성향상 중도파 혹은 중도우파로 분류된다. 또 정부 권한 분산과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치 등 국가 위기 극복에 신중하고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리비아는 국가 주도 경제 체제 아래에서 진행된 무리한 국책 사업과 외환 정책 혼선에 중앙은행은 달러 부족사태를 겪었다. 관료의 무능과 부패 문제 등도 문제로 꼽힌다.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으로 꼽히는 사회주의운동당(MAS)이 에보 모랄레스(65) 전 대통령(2006~2019년 재임)과 루이스 아르세(62) 현 대통령 집권 기간 이런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성관계를 위해 15세 소녀를 인신매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다.
기뻐하는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 AFP연합뉴스

새 정부가 들어선 볼리비아는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파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하며 일찌감치 미국과의 연대 강화 모색을 나섰었다. 또 최근 TV토론에서 그는 외교 정책 기조에 관한 발언에서 “미국과 대화하며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앞서 볼리비아는 러시아와 중국과 친밀외교를 펼쳤었다. 특히 중국은 아르헨티나·칠레와 함께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볼리비아에 지속해서 투자하며 광물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파스 당선인의 이런 기조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의 ‘노선 변경’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투표를 마친 후 현지 취재진에게 “매우 불쾌한 시기는 이제 끝장나게 됐다”며 “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