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9일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의 시장은 공급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비상 국면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10·15 부동산 대책 소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10·15 대책으로 넓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별로 오르지도 않은 지역까지 왜 묶느냐’는 비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실수요자께서 겪으실 불편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가능한 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겠다. 불편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조치 배경에 대해 “어느 지역까지 허가대상으로 지정할 것인지 두고 여러 차례 숙고와 논의를 거듭했다”며 “풍선효과가 번질 가능성과 대책의 실효성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접 구나 경기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대체 수요가 몰리며 새로운 가격 상승의 진원지로 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6.27 대책 이후 넉 달도 안 되어 왜 이렇게 넓은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묶느냐’ ‘공급을 늘려야지 수요억제만으로는 한계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공급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비상한 국면”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현재 주택시장에는 유동성과 자산 심리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 여건 완화, 금융시장 회복, 기대심리 확산이 겹치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있는 수요층뿐 아니라 투자 심리 전반이 확산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에 뚜렷한 상승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경기 둔화와 시장 불안 속에서 규제 완화가 빠르게 진행된 시기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조치가 시장 기대를 자극해 가격 상승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이제는 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주택공급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파적 차이는 있을 수 없다. 공급의 열쇠는 지자체에 있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이라며 “6.27과 10.15 대책이 벌어준 시간 안에 시장 안정을 이끌 실질적 공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자기 돈으로 초고가 아파트를 사는 걸 왜 막느냐’는 의견에는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서울은 하나의 밀집된 경제권으로 청담·대치·서초·한남·성수 같은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상급·중급 아파트 가격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공공과 기업, 금융회사가 임대시장에 참여하지만 한국은 개인 자산가 중심의 구조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계층의 투자 행태가 중산층의 주거 안정성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자유방임적 접근만으로는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 경기 회복, 부동산PF 여파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결합된 이 상황은 ‘가격 급등’이라는 뇌관을 품은 칵테일과 같다”며 “지금은 주저할 때가 아니라, 정부가 제때 역할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초밀집 컴팩트시티다.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허가제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여러분께서 느끼실 불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한·미 관세협상을 위한 방미 귀국 이후 4시간여 만에 부동산 대책에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하는 동안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부득불 이번에 그 약속을 깨고 말았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