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린(23·두산건설)이 연장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이율린은 19일 경기도 양주의 레이크우드CC(파72·660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4개에 버디 5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이율린은 박지영(29·한국토지신탁)과 동타를 이룬 뒤 이어진 연장 5번째 홀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 우승 상금 2억1600만원을 획득했다.
2023년 정규투어 데뷔 이후 지난해 10월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던 이율린은 81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랭킹 74위에 머물러 시드전에 내몰릴 위기였던 그는 우승으로 단숨에 2027시즌까지 시드를 확보하며 걱정을 덜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이율린은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해 선두에서 밀려났다. 11번 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지만 13번 홀(파4)과 15번 홀(파5)에서 보기로 다시 순위가 내려갔다.
챔피언조보다 4조 앞서서 경기를 펼치던 박지영이 보기 없이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클럽 하우스 챔피언으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 때까지 이율린과는 2타 차이여서 박지영의 우승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율린은 17번 홀(파5)에서 약 4.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한 타 차로 추격했고, 18번 홀(파4)에서 6m 가까운 버디 퍼트를 넣어 욱여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1, 2차 연장전에서 이율린과 박지영 모두 모두 파를 지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같은 홀에서 핀 위치를 옮겨 이어진 3, 4차 연장에서도 승패는 가려지지 않았다.
이어진 5차 연장에서 박지영이 프린지에서 퍼터로 굴려 파를 잡자 이율린은 8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피를 말리는 기나긴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이율린과 박지영이 펼친 연장 5차전은 올 시즌 최장 연장이다. 종전은 성유진이 노승희와 4차 연장 끝에 정상에 오른 지난달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었다.
이율린은 “최근 중장거리 퍼트의 중요성을 느껴 레슨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도움을 받았다”라며 “15번 홀 보기 이후 스코어보드를 보고 흔들렸는데, 긴장만 하다가 끝나면 후회가 클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부터 친한 사이인 한 살 동생 황유민(22·롯데)의 응이 큰 힘이 됐다고도 했다. 이율린은 “(황)유민이가 ‘우승 쿠키’를 주면서 ‘기운을 받아서 우승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해줬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KLPGA 투어에서 먼저 2승을 거둔 황유민은 2주 전 메인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내년 시즌 미국 무대에 진출할 예정이다.
작년 3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르는 등 통산 10승을 거둔 박지영은 지난해 8월 한화 클래식 이후 1년 2개월 만의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이율린의 신들린 퍼트에 발목이 붙들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6월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 이은 시즌 2승에 나선 정윤지(24·NH투자증권)는 3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이재윤(25·삼천리)이 4위(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 유현조(20·삼천리)와 한진선(28·메디힐)이 공동 5위(9언더파 279타)로 뒤를 이었다. 유현조는 시즌 18번째 ‘톱10’이다.
황유민은 박현경(25·메디힐), 박혜준(22·두산건설) 등과 공동 7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에 자리했다.
올 시즌 3승씩 거둬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는 방신실(22·KB금융그룹)은 공동 12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홍정민(23·CJ)은 공동 16위(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 이예원(22·메디힐)은 공동 21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여 우승 경쟁을 펼쳤던 홍정민은 후반 13번 홀부터 18번 홀(이상 파4)까지 6개홀에서 충격적인 6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