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단장 김병주 의원이 “첩보 영화처럼 우리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홍보한 데 대해 일부 교민들 사이에서 ‘과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범죄 피의자를 마치 선량한 피해자로 포장해 본인 홍보에 무리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청년 3명을 구출했다”며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감금됐던 20대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세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 마치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이었다”며 3명의 구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수색을 위해서는 20일이 걸린다”는 캄보디아 경찰과 고위 관계자, 캄보디아 상·하원 의원을 설득해 겨우 그들을 구출해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도 ‘국민 구출 캄보디아 서신 3’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감금되었던 우리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적었다. 또 18일(현지시간) 주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현지 교민 사이에서 ‘과잉 홍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본인을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는 사업가’라고 밝힌 A씨는 18일 페이스북에 “제발 이 상황을 이용하지 마시라. 교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절박한 교민들은 정치인의 쇼에 휘둘릴 정도로 여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의원의 페이스북을 보고는 교민들의 감정은 폭발할 것 같다”며 “당신이 구출했다고 자화자찬한 그 청년은 구출 건인가? 아니면 경찰에서 조사해서 구속을 해야 할 건인가?”라고 적었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 신분임에도 마치 선량한 피해자를 구출한 것 같은 서사를 지나치게 홍보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A씨는 캄보디아 사회와 한국 범죄 집단을 구분해달라는 교민들의 호소가 있었음을 언급한 뒤 “뭔가 ‘좋은 그림’ 각이 나오니 교민들과의 했던 약속은 또 뒤집는 것인가”라며 “범죄가 범죄를 낳는 그런 구조임을 눈으로 목도하고도 이렇게 다시 구조 프레임을 짜고 본인을 영웅처럼 홍보하시는가”라고 비판했다.
A씨는 김 의원이 구조했다는 정모군의 사진도 공개했는데, 그의 팔에는 커다란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진은 문신이 그려진 팔까지 모자이크 처리돼있었다. 이를 두고 A씨는 “웬만하면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할 텐데 전신 모자이크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당내에서도 김 의원의 과잉 홍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캄보디아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당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과한 홍보라는 현지 교민들의 비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김 의원이 구출한 정군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완전히 선량한 피해자를 구출한 것으로 비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김 의원은 국민일보에 “범죄 가해자든 피해자든 국민이면 우선 구출해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 “로맨스 스캠에 가담해 초기 연락책 역할을 수행한 건 맞지만, 정군 또한 지인에게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에 감금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가 의심이 된다고 해서 구하지 않는 건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일단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있으면 구해내고, 그다음에 국내에서 범죄 사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다녀온 대책단 의원들도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청년들의 ‘이중적 지위’를 강조했다. 임호선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출로 표현되지만, 그들(청년)의 지위는 이중적인 게 분명하다”며 “범죄 단지 내 피해자지만, 대한민국 경찰이 그들의 범죄를 소상히 규명해야 하는 범죄자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홍기원 의원도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IT로 합법적으로 많은 돈 버는 건 불가능하고, 한다면 불법”이라며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이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