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세영, “우승 못하면 다시는 빨간바지 안입을 생각이었다”

입력 2025-10-19 17:26 수정 2025-10-19 18:43
19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회조직위

“오늘 우승 못하면 다시는 빨간 바지 입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빨간바지 마법사’김세영(32·스포타트)이 5년만에 통산 13승에 성공했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날 5타를 줄여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통산 13차례 우승 때마다 마지막날 빨간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이번 대회도 4타 차이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면서 마지막 라운드 드레스 코드는 충분히 예견되고도 남았다.

그는 챔피언 기자회견에서 ‘아침에 빨간 바지를 입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5년간 우승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했다”라며 “그래서 아침에 바지를 입으면서 ‘오늘 우승 못하면 다시는 입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다음은 김세영과의 일문일답이다

-올 시즌 27번째 우승자이다. LPGA 투어 역사상 우승자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다.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가

▲그만큼 LPGA 선수 층이 두텁다는 의미다. 지금은 누가 우승할 지 모르는 PGA 투어처럼. 모든 선수들이 기량이 출중해서 이런 결과가 나는 것 같다.

-고국에서 우승했는데 많은 팬, 가족 있는 자리에서 우승한 기분은 어떤가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걸 꿈꿨는데 10년 이상 걸린 것 같다. 한국에서 하는 대회를 우승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조금이나마 한국 팬분들께 좋은 기운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

-첫 번째 1번 홀 버디 찬스 놓치고 3번 홀에서 보기가 나왔다. 그때 어땠나

▲아무래도 오늘 아침부터 긴장했다. 매홀 긴장이 됐다. 그동안 우승 기회들이 있었는데 못해서 몇홀 치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 들었다. 첫 홀 버디를 놓치고 보기를 하고 나서 1타 차였다. (노)예림이가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같이 공격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더 공격적으로 가다보니깐 잘 먹혔다. 끝날 때까지 그런 전략으로 갔다. 아버지가 말하는 것 중의 하나가 긴장될 때 쫄지 말라인데 그런 걸 생각했던 게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

-이번 대회 24언더파다. 근데 1~5번홀까지 나흘간 딱 1타 줄였다. 경기 스타일이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인지. 그리고 3번 홀 보기 이후 심정은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물론 1타 차까지 따라 잡히니깐 ’이러다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들었다. ‘여기서 지면 무슨 창피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갤러리분들께 혼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에 극적인 힘을 발휘한 것 같다. 계속 저를 푸시하고 저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됐는데 잘 해결됐다.

-캐디를 안 바꾼 걸로 아는데 그 이유는, 그리고 오늘은 어떤 점을 잘했는가

▲캐디(폴 푸스코)가 너무 고맙다. 우승도 못하고 좋은 선수들도 많은데 저를 떠날까봐 걱정했다. 빠른 시일 내에 폴도 LPGA에서 베스트 캐디인데 그것에 걸맞게 성적을 내야하는게 맞는데 못해 미안했다. 지금까지 기다려주고 우승할 때까지 도와준게 너무 고맙다. 오늘도 워낙 베테랑이고 30년 이상 한 캐디라 안정적이었다. 업앤 다운이 심한 저를 한국말로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해줘서 굉장히 힘이 됐다.

-매년 우승이 나오다가 안나와서 조급함은 없었는지, 13번의 우승 중 이번이 제일 기억에 남는가

▲5년 동안 없어서 이게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하다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매년 해왔다. 한 번 잃어버린 길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이번에 찾았으니 이탈하면 안되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승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5년 동안 우승이 없으면서 마음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이번 우승이 선수 생활에 2막이 열리는 의미인가. 우승을 많이 하다가 오랜 기간 우승이 없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도. 이번 우승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본다면

▲잘했던 선수들은 자기 걸 찾으면 잘하는 것 같다. 그걸 찾는 게 오래 걸릴 수도 있고 혼자 찾는 건 더 어렵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저도 찾을 수 있었다. 되게 안 좋을 때는 제 생각이 틀린 방향으로 갈 때가 많은데 주변에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었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선수들이 잘했던 기억을 상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아침 빨간 바지 입으면서 무슨 생각했는가, 통산 상금 15000만 달러 돌파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제치고 ‘톱10’에 들었다. 전설 반열로 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오늘 아침 바지를 입으면서 오늘도 안되면 다신 안입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승해서 앞으로도 계속 입어야 할 것 같다. 저는 기준이 처음에는 상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도움이 안됐다. 올해부터는 세계 랭킹을 빨리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이 올라와 다행이다. 세계 랭킹이 선수의 가치이고 선수는 랭킹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을 올해 많이 올리는 게 목표다.

해남=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