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오아시스가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06, 2009년 두 차례 내한 이후 16년 만이다. 한 차례 해체와 재결합을 거쳐 극적으로 성사된 갤러거 형제와의 재회를 앞둔 팬들의 설렘과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오는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오아시스 내한공연 ‘OASIS Live ’25 SOUTH KOREA’는 지난 7월 영국 웨일스 카디프 프린시팰리티 스타디움에서 재개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5만석 규모의 공연장 전석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오아시스는 팀의 주축인 갤러거 형제의 고향 맨체스터를 비롯해 일본 도쿄, 호주 시드니 등 전 세계 20여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고 있다.
한국 팬들도 중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리브 포에버’(1994)와 ‘원더월’(1995) ‘돈 룩 백 인 앵거’(1996)를 들으며 청춘을 보낸 브릿팝 세대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뒤늦게 ‘입덕’한 잘파세대(Z+알파세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오아시스의 귀환은 단순한 밴드의 재결합이 아닌, 세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뉴스뮤지엄 앞은 ‘오아시스 라이브 ‘25 팬 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팝업스토어 개장 사흘째인 이날 오후 4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가 이미 지난 상황이었는데도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대기 인원만 160팀이 넘었다. 관계자는 “지금부터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팝업 앞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이모(15)양은 어머니와 함께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양은 “중학생들도 오아시스는 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가 너무 좋아 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용돈을 모아 콘서트 티켓과 티셔츠, 텀블러를 샀다”며 “3층이라 가까운 자리는 아니지만, 음원으로만 듣던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신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마련된 팝업은 하루 30분 단위로 18회 운영되고, 회당 약 60명이 입장한다. 전체 기간 동안 1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사전 예약은 이미 전 회차가 마감됐다. 현장 대기도 가능하나, 인기가 워낙 높아 2시간 이상 대기해야 겨우 입장할 수 있다.
해외 팬의 발길도 이어졌다. 영국 에든버러 출신인 제프(50)는 “울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오아시스가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표를 샀다”며 “오늘은 서울 투어 한정 티셔츠를 사러 왔다. 한국에서 오아시스를 본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팝업에서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SEOUL’ 문구가 새겨진 서울 투어 한정 티셔츠였다. 투어 도시 이름이 새겨진 한정 티셔츠를 맞춰 입고 콘서트장을 찾는 건 글로벌 밴드 팬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티셔츠를 사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는 조모(28)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오아시스를 좋아해서 발표 주제로 선택할 정도였다”며 “재결합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공연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록스타의 귀환을 지켜보는 지금의 나와, 그들을 우상처럼 바라보던 중학생 시절의 내가 마주하는 기분”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아시스를 이끄는 노엘 갤러거(기타)와 리암 갤러거(보컬) 형제는 오랜 불화 끝에 2009년 해체를 선언했다. 이들이 다시 뭉친 건 팬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난해 8월 재결합한 데 이어 올해 월드투어 콘서트도 열고 있다. 이번 월드투어의 슬로건은 상징적이다. “The great wait is over.” 긴 기다림은, 정말로 끝났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