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과학의 경고 넘어 ‘신학적 각성’으로”

입력 2025-10-19 12:56
기독교학술원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온누리교회에서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후위기는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이해의 문제다.”

박찬호 백석대 조직신학 교수는 17일 서울 양재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열린 제113회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월례학술포럼에서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 신학적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인류세(Anthropocene)를 넘어서 생태세(Ecocene)의 비전을 말하기도 한다”며 “인류세는 지질학적 용어로서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환경을 바꿔버린 시대를 의미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인간의 오만이 드러난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는 인간 중심의 진화론적 낙관을 벗어나 하나님 중심의 창조신학 언어로 시대를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파괴로 보지 않았다. 그는 “기후변화는 자연적 변동의 범위를 넘어 인간 활동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이 위기는 인간 문명이 스스로 초래한 자기 파괴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보수신학 전통 안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의 신학적 동기를 찾아낼 수 있다”며 “보수신학을 환경 문제에 무책임한 세력으로만 보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개혁신학은 창조 질서 보전과 청지기 사명을 강조해왔고, 삼위일체 신앙은 인간의 탐욕이 창조세계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적 틀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새로운 사상 체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다”며 “신학이 과학의 뒤를 쫓는 해설자가 아니라 창조세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위기는 하나님이 인류에게 보내시는 신호”라며 “인류는 창조주에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욕적 문화, 절제의 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생태 정의(eco-justice)의 회복은 신앙의 본질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회예배 설교를 맡은 유석성 전 서울신대 총장은 ‘생태정의와 평화’의 관계를 설파했다. 그는 “생태정의가 이루어질 때 평화가 이루어진다. 정의 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라며 “하나님은 인간만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의 화해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