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피살된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관련해 숨진 피해자를 현지로 보낸 국내 대포통장 모집조직 주범에 대한 구속 여부가 19일 결정된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손영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숨진 대학생 박모(22) 씨가 출국하는 데 직접 관여한 혐의(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로 A씨(20대) 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7월 대포통장 알선책 홍모(20대·구속기소) 씨로부터 지인인 박 씨를 소개받아 박 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월 초 홍 씨를 검거한 뒤 박 씨 명의 통장 자금 흐름과 통신 기록 등을 추적하며 대포통장 유통조직 연루자 수사를 벌여왔다.
앞서 박 씨는 지난 7월 17일 홍 씨가 속한 조직의 지시에 따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3주 뒤인 8월 8일 깜폿주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현지인 일부는 박 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박 씨와 같은 대학에 재학한 인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다음 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홍 씨 공소장에는 그가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들로부터 통장을 빌린 뒤 해당 통장에 범죄 수익금이 들어오게 하고 공범들과 범행 과정을 공모해 범죄 자금 전달에 가담한 한 혐의(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고 적혔다.
또 홍 씨가 모든 범행을 ‘공동정범’ 신분으로 저질렀으며 홍 씨 외에도 성명불상의 공범 다수가 적시됐다. 숨진 대학생 박 씨는 범행 공범이 아닌 통장 명의인으로 적시됐다.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들이 잇달아 검거되면서 경찰은 대포통장 조직 윗선으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수사망에 오른 일부 연루자가 특정됐으나, 점조직화된 대포통장 조직의 특성상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또 이례적으로 수사관을 캄보디아로 급파해 숨진 박 씨 부검에 입회하기로 했다.
현재 박 씨 시신은 캄보디아 턱틀라 사원에 안치돼 있으며 양국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오는 20∼21일쯤 현지에서 부검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검에는 우리 정부 합동 대응팀이 입회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부검 결과와 국내 수사 내용을 토대로 범죄 조직 구조를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인터폴 등 국제 공조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점조직화된 범죄 구조를 해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