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발생한 사건 중 수사했지만 종결되지 못한 ‘관리미제사건’이 해마다 쌓이면서 30만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종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미제 누적 규모가 커지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부산의 관리 미제사건은 33만549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25만7671건에서 6년 만에 28.2%(7만2878건) 증가했다. 매년 1만건 이상 늘며 2023년 이후에도 감소세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미제사건은 366만건에서 463만건으로 26.6% 늘었다. 부산의 비중은 2020년 7.0%에서 올해 7.1%로 소폭 상승했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찰청은 관리 미제사건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종결되지 않은 사건’으로 분류한다.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면 입건조차 할 수 없어 사건은 계속 ‘관리 중’ 상태로 남는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으면 폐기할 수도 없어, 10년 이상 장기 사건이 자동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는 구조다. 살인처럼 공소시효가 폐지된 범죄는 영구히 통계에 남는다.
특히 최근 경제·사이버 범죄의 급증이 미제사건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적으로 통합 수사(경제·사이버) 부문 미제사건은 2020년 12만건에서 올해 40만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부산 역시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가상 자산 투자사기 등 신종 범죄가 폭증하면서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건이 관리 미제로 남을 경우 추가 수사나 재기 가능성이 낮아 피해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형사정책 연구자는 “부산은 인구 대비 미제사건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사이버·경제 범죄에 맞춘 수사 효율화와 국제 수사 공조, 디지털 증거 분석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10년 이상 장기화된 사건은 수사 기록만 남은 채 종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청은 등록 경과 연수별로 기준을 세워 기록 정비를 하고, 각 시·도경찰청의 등록 적정성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